1년이 되어가는 영어 필사 밴드 활동을 접었다. 만년필 관리 겸 시작한 동아리인데 100일 목표를 두 번이나 달성했으니 그만하면 됐단 생각이 들었고, 회화 문장 암기나 활용보다 녹음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쓰고 있어 무의미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일본어의 경우 회화와 원서 읽기를 병행하고 있는데 영어도 그렇게 해보려고 한다. 다만, 10월 일본 여행을 앞두고 있으니 당분간은 일어에만 집중하려 한다. 자주 가는 일본이고 막상 현지에서도 곧잘 말하는데도 이렇게 준비하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다…ㅠㅠ
문화센터 미술강사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평생교육 실습 지도까지 도맡아 할 땐 내 그림을 그리거나 책 읽을 여유가 없어 우울감까지 밀려오곤 해서 미국에서 돌아온 후 바로 그만둔 건데, 다시 시작하면서 미술만 맡기로 원장과 합의를 했다. 수업은 정규과정으로 수채화 캘리그래피와 어반 스케치지만, 취미미술로 오일 파스텔까지 다루기로 했다. 수강료가 인상되어 강사료도 조금 오를 테지만 여전히 봉사활동 수준이다. 그래도 소속이란 게 생겨 위안이 되긴 한다.
현재 그리고 있는 뉴욕 여행 그림도 몇 장 남지 않았다. 다 끝내면 화실에서 배운 대로 아크릴화를 그릴 거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은 인물화 중심의 르누아르나 모네 풍이기에 인체 드로잉과 색채 연습을 모작을 통해 익혀갈 거다. 재료를 구입해 놨는데 몇 가지 되지도 않았는데도 여간 비싼 게 아니다…ㅠㅠ 그래도 훨씬 더 비싼 유화보단 낫지 싶다.
내 수강생에서 피아노 원장이 된 지인에게 다시 그림을 가르쳐 주며 수강료 대신으로 그곳에서 피아노까지 치게 되었는데, 집에 방치됐던 내 피아노를 다시 칠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다. 8월부터 월말에 정기 연주회가 있어 매일 조금씩 연습한 덕에 한 곡을 다 외우긴 했다. 두 번째 곡을 준비 중인데 앞선 곡을 또 까먹을까봐 하루에도 몇 번씩 피아노 앞에 앉는다. 이건 어디까지나 취미인데도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거라 그런지 벌써부터 긴장이 된다.
언제나 나를 위로하는 건 책이다. 집안 여기저기 책이 쌓여있어 두고두고 읽을 것과 읽은 후 중고책방에 팔 것으로 나눠 정리하곤 있다. 언제부턴가 읽기만 하고 기록을 따로 하지 않은 탓에 남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아 이젠 새롭게 알거나 깨달은 것이라도 메모를 해두려고 한다. 어떤 활동이든 내 안의 필터에 잡히는 걸 세심히 들여다보며 생각하는 습관이 더 필요하다.
이런 활동들을 하루의 루틴으로 수행자처럼 해나가고 있으나 그 끝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해놓진 않았다. 그저 꾸준히 해나가고 있는 현재에만 집중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