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엄마~ 안 더워?”
엄마한테 가지 않는 날, 오후 6시쯤이면 나는 안부 전화를 한다. 위치 추적앱을 보니 엄마는 또 집 근처 공원에 나가셨다. 하루 30분 이상의 산책을 권하는 의사 선생님의 조언도 있지만, 거의 매일 집 밖에 나가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엄마의 생활습관엔 이 무더위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응~ 괜찮아~ 덥긴 한데 그늘 의자에 앉으면 돼~ 그런데 사람들이 없어.”
며칠 전 36도까지 기온이 올라간 한낮에 산책을 나간 적이 있어 얼마나 혼이 나셨던지 요즘은 해가 기우는 늦은 오후에 나가셔서 그나마 다행이다.
엄마가 이렇게 혼자 집 밖을 자유로이 나가신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새로 이사한 집과 집 주변이 낯설어 내가 일일이 함께 다니며 알려드리곤 했으나 늘 불안했다. 이사를 앞두고 예전 집에서 혼자 짐정리를 하던 엄마가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시더니 길을 아예 잃어버리셨다. 공교롭게도 핸드폰 배터리도 나가버려 위치 추적을 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거리다가 급기야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한 거다. 결국 어둑해진 밤에야 경찰관에 의해 집으로 들어가시는 엄마를 발견했다.
“답답해서 나갔는데 깜빡 길을 잃고 말았어. 그런데 어떤 학생이 알려줘서 겨우 왔지, 걱정하지 마. “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경찰까지 왜 불러 호들갑을 떠느냐란 말에 치밀어 오른 화를 꾹 참았다. 별일 없어 다행이라 스스로를 다독여야 했다.
그날 이후, 나는 엄마의 외출이 두려워졌다. 그래도 다시 길을 나서는 엄마를 막을 수는 없었다. 길을 잃는 것보다, 아예 길을 잃어버릴까 봐, 아니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마음’ 자체가 사라질까 봐 더 무서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