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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인 Dec 21. 2019

가끔은 온전한 나로...

카페에서 끼적임

꼭 한 달하고도 보름 전에 시어머니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입원하셨다.  새벽 잠결에 화장실을 가시다 미끄러지며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허리를 크게 다치신 거다.  어머니는 핸드폰이 있는 쪽으로 필사적으로 기어 남편한테 전화를 하셨다.  '척추 압박골절'... 골다공증이 있는 어머니의 척추 일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꼬리뼈에 금까지 가버렸다.  '척추 시멘트 시술'이라는 발달된 의술 덕분에 큰 위기는 넘겼으나 고령으로 퇴원이 쉽지 않았다.  혈압과 혈당 수치가 하루에도 몇 번씩 롤러코스터를 탔던 거다.  그렇게 어머니는 보름 동안 병원 신세를 지셨고, 밤낮으로 나와 남편이 교대로 어머니 곁을 지켰다.  

오늘로 퇴원한 지 한 달이 되었지만, 뼈가 완전히 붙기까진 최소 석 달 이상은 지나야 해서 여전히 자리보전 중이시다.  화장실을 가거나 식사를 할 땐 플라스틱 보조기구를 꼭 착용해 일으키거나 눕혀야 해서 24시간 간병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전히 그 일은 나와 남편이 도맡아 하고 있다.  어머니는 날로 상태가 좋아지시는데 아들 며느리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요즘엔 한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걸어서 5분 거리인 두 집을 오가며 집안 살림을 해야 하는 나도, 어머니의 호출로 밤잠을 설치는 직장인 남편도 고되지만,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냐며 서로 다독인다.  그 와중에 우리 부부는 26주년 결혼 기념으로 부산도 다녀왔다.  친정엄마가 도움을 주신 덕이다.  

이 생활은 당분간 계속될 테지만, 점차 일정한 패턴을 찾아가고 있다.  나는 다시 문화센터에 그림을 가르치러 다니고(남편의 연차 찬스), 틈틈이 책을 다시 읽고 있다.  책과 그림이 없던 때는 온전한 내가 사라진 기분이 들어 몹시 서글펐다.  덕분에 내가 소망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내 삶의 키워드인 '예술, 역사, 문학'을 더욱 소중히 껴안아야겠다고 단단히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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