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레인 Mar 12. 2020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간의 내 근황

시어머니가 허리 수술을 하신 지 어느새 5개월째 접어들었다.  친정엄마까지 가세한 온 가족이 정성껏 돌봐드린 덕에 어머니는 회복이 잘 되어 보조기를 풀고 이젠 지팡이 없이도 집안을 자유로이 다니시게 되었다.  


두 집을 오가며 살림을 도맡아온 나도 예전처럼 정기적으로 어머니 반찬만 만들어드리면 되고, 밤새 어머니를 돌봐드리느라 강제 별거를 했던 남편도 집으로 돌아왔다.  여기엔 큰 결단도 필요했다.  나는 감기에 덜컥 걸려버린 아들을 돌봐줘야 했는데, 나까지 옮아 1주일간 집에 머물러야 했던 거다.  코로나19에 걸린 게 아닌지 염려가 되었으나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회복 후 가족이 함께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남편의 간이 그간의 심한 스트레스로 너무 안 좋아진 게 결정적이었다.


코로나19로 문화센터는 잠시 휴원 상태인데, 아무래도 4월이 되어야 남은 수업을 할 수 있을 듯싶다.  게다가 문제의 구로 콜센터가 출퇴근길에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조심스럽고 확진자들의 동선이 주변 가까이로 다가오고 있어 불안과 두려움을 현실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이 수업용 그림 자료를 준비하기에 적기인 듯싶어 소묘를 다시 시작했다.  내가 개설한 수업은 수채화 캘리그래피와 취미미술이지만,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좀 더 재미있고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싶었다.  수강생들이 주로 내 또래 주부들이라서 재미와 힐링이 우선이지만, 그림을 제대로 그리고 싶어 하는 분이 간간히 있어 내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


그림의 시작은 '소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어로 '드로잉', 불어로 '데생'이 바로 그 '소묘'라고 알려주면 다들 의아해한다.  연필의 다양한 선과 검은색으로 사물을 관찰해 표현하고 묘사하는 재미를 조금이라도 느꼈으면 좋겠다.  


사실 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피렌체'에서 꽃 피웠던 건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사실적이고도 기막힌 드로잉 실력 덕분이었다.  반면 티치아노나 틴토레토 등 화려한 색채의 대가들은 활발한 무역의 중심지인 '베네치아'에서 활동했으니 회화의 중요도에서 드로잉이냐 색채냐라는 '피렌체파'와 '베네치아파'의 경쟁구도도 재미있는 미술사다.   


육면체, 원기둥, 구(원뿔도 포함이지만)가 사물들의 기본 도형임을 깨달으면 복잡한 주변 사물들이 단순하면서도 다르게 보인다.  조각가나 화가의 눈이 되어가는 첫출발인 셈인데, 이런 원리는 폴 세잔의 덕이 크다.  


내가 다루는 그림 장르는 크게 정물, 인물, 동물, 풍경인데, 그중에서 인물화를 그릴 때 나는 제일 신난다.  유명인의 경우 닮게 그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때론 숨을 막히게 하지만, 성공했을 때 밀려오는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인물화는 그래서 내겐 늘 짜릿한 도전이다.


거실 탁자가 내 작업실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기초 소묘 과정에 대한 그림 자료를 어느 정도 완성해놔서 이젠 그걸 기초로 색채를 쓰는 과정을 만들어보려 즐겁게 고심 중이다.  


화려한 색채로 미술에 입문해 기초 소묘로 형태를 잡아 여러 장르를 통해 자신의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게 내 커리큘럼의 큰 줄기다.  작가로서 '나만의 그림'도 구현할 수 있으려면 계속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


내 개인사로선 모두 제자리를 되찾았으니 전 세계적이 되어버린 코로나 사태도 어서 종식되길 간절히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