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하나가 준 격려
폴 새잔처럼 사과 하나를 가지고 이런저런 시도를 했다. 소묘로 명암 구분 연습을 한 후, 한 가지 색으로 초록 사과를 그리고 다양한 색으로 빨간 사과를 그려본 거다. 단순히 사과 하나를 그렸으나 다양한 수채화 기법을 사용하니 수강생들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듯싶다.
사과 하나에 만족하지 못해 아예 사과가 가득 든 궤짝 하나를 그려보기로 했다. 밑그림을 스케치하고 옅은 색으로 초벌칠을 한 후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맛 좋고 싱싱한 사과로 보이게 표현해갔다. 그림의 크기가 평소에 그리던 것보다 두배가 커지니 색을 칠하는 집중도나 물감이 마르길 기다리는 시간도 더 길어졌다.
3시간에 걸쳐 완성시킨 그림을 뿌듯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작품성을 떠나 그림이 사랑스러운 건 내가 들인 시간과 정성 때문이리라...
지체 없이 액자에 끼워 현관 앞에 걸어놓았다.
앞으로 그려야 할 것도 그리고 싶은 것도 많이 남아있지만 조급해하지 않으려 한다. 잘 그리고 싶은 욕심 때문에 그만큼 좌절감과 성취감의 폭이 커 슬럼프가 곧잘 찾아오기 때문이다. 나를 믿어보자... 붓을 들 때마다 스스로 불어넣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