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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나물 Jul 03. 2024

플로리다의 작은 과일가게 이야기: 로버트는 여기 있어.

미국에서 돈 없이도 잘 사는 법 # 여행

  

  브런치 글을 여행 블로그처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여행글을 써보려고 한다. 내가 지금까지 다녀온 곳 중에서 최근 3년간 다녀온 곳을 꼽자면.. 마이애미, 사바나, 멕시코 칸쿤, 칠레 산티아고, 아타카마 사막, 라스베이거스, 자이언 캐년, 뉴욕, 워싱턴 D.C. , 시카고, 테네시와 조지아주의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 뉴올리언스 외에도 여러 곳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테네시주와 미국의 금주법에 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투머치 토커인 나로서는 여행에 관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로 많으니, 혹시나 어떤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꼭 댓글이나 메일로 나에게 요청해 주셨으면 좋겠다. 할 말이 많은 것과 별개로 브런치에 어떤 글을 올려야 하는지 항상 고민이니까 말이다.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블로그를 통해서 충분히 전했다고 생각하니, 나는 내가 방문한 작고 특별한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혹시나 전반적인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면 다음부턴 그렇게 써보겠다.




  올해 초, 장장 차로 10시간 거리에 있는 플로리다 마이애미에 가게 되었다. 계획에 없던 플로리다 여행이었지만 Sunshine State라는 별명답게, 따사로운 햇빛과 맑은 하늘, 그리고 야자수를 보며 다니자니 정말 기분이 좋아졌다. 플로리다, 미국의 남동부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주는 햇빛이 가득한 기후와 다양한 생태계로 유명하다. 연중 따뜻한 날씨와 아름다운 해변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특히, 플로리다의 풍부한 자연환경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기에, 엄청난 규모의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의 광활한 습지, 미국의 최남단인 키웨스트의 끝없는 바다, 그리고 마이애미의 다양한 문화와 활기찬 도시 풍경 등 플로리다는 다양한 매력을 자랑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글을 통해 천천히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여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들르게 되는 특별한 장소들이 있다. 나에게는 이 과일가게가 그랬다. "Robert Is Here"는 플로리다 홈스테드에 있는 아주 특별한 과일가게이다. 이곳의 역사는 19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이름에는 귀여운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당시 7살이던 로버트 모엘링은 아버지와 함께 도로변에서 오이를 팔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로버트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Robert Is Here"라는 간판을 세웠고, 그게 바로 이 가게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작은 과일가게는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도 폭우가 내렸음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이제는 단순히 과일만 파는 곳이 아니라, 희귀하고 이국적인 열대 과일과 채소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대형 농산물 시장이 된 것이다. 여기서 판매하는 과일들은 대부분 직접 재배한 것들이라 더 신선하고 특별하다고 하는데, 사실 한국의 시장 과일가게와 비슷하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열대 과일로 만든 셰이크와 스무디를 직접 갈아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걸 맛보려고 줄을 서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나 또한 그 줄에 서 있었다.


 

  이제는 과일뿐만 아니라 어떠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마케팅 같기도 하다. 가게의 뒤쪽엔 동물 농장과 놀이 공간, 피크닉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내가 방문했을 땐 폭우가 내렸기에 여러 가지 동물들이 비를 피하려 지붕 밑에 모여있어 나는 다양한 동물들의 엉덩이를 볼 수 있었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작은 음악회 같은 것도 한다고 한다.


  "Robert Is Here"는 그 자체로 하나의 명소가 되었고, 로컬 특산물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꿀, 매운 소스, 잼 등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로컬 제품들이 정말 오가닉 슈퍼마켓처럼 잔뜩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또한,  가게를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국 전국으로 제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데, 꿀이나 견과류 같은 것들이라..솔직히 살 것은 많이 없다. 특히나 땅콩이 유명한 것 같은데, 나는 뭔가 그 땅콩 삶은 물 냄새가 좋지 않아서 패스. 셰이크와 바나나 빵을 사서 돌아왔다.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각종 열대과일 스무디와 밀크셰이크이다. 원한다면 열대과일 스무디와 밀크셰이크를 섞어주기도 하는데, 열대과일의 향과 밀크셰이크의 크리미한 맛이 어우러져 별미다. 가장 유명한 조합은 망고스무디와 밀크셰이크 조합이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과일 가판대를 표방한 가게라 가게 자체는 시장같은데 스무디 만드는 곳은 실험실처럼 깨끗하게 따로 만들어져 있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그 지역의 전통(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해지지만) Tradition을 지키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 내가 지금부터 배우면 될 수 있는 무형문화재가 있을까? 하면서 이것저것 검색해보기도 했으니까. 일본에 그 지역에 가야지만, 그 기차를 타야지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여러 특산품들과 오래된 가게들이 그곳을 지키면서 사람들이 그곳을 굳이 방문했으면 좋겠다는 낭만이 있었다. 마치 대전의 성심당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이 과일가게도 처음에는 작은 가판대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 지역을 대표하는 가게가 되었다. 마이애미의 여러 다른 관광지에 비해 외진 곳에 있고, 길 한가운데 덩그러니 있지만 사람들은 굳이 이곳을 찾는다. 정작 오면 나는 ‘별거 없네.’하지만, 나는 굳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 우리나라의 이런 곳이 있다면, 다음에 꼭 방문해보고 싶다.


   이 모든 이야기는 7살 소년이 도로변에서 오이를 팔던 작은 시작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 7살 소년이 지금 위 사진의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 되었다. 이 사진은 내가 방문 했을 때 찍은 사진인데, 그는 계산을 하고, 주변 점원들을 돕느라 정신이 없다. 이제 이 노인은 마을의 여러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어른이다. 그에게 이 과일가게가 그저 과일을 파는 곳 그 이상이듯,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작은 마을에게도 이 과일가게는 마찬가지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닐 것이다. 로버트는 아직도 이곳에 있다. 이곳에 오면 로버트를 직접 만나서 열대 과일에 대해 자세히 들어볼 수도 있다. 정말 멋진 이야기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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