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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gevora Feb 03. 2020

어느 ADHD 의심인의 넋두리

조용한 ADHD에 관하여.

 설마 아니겠지. 나는 학창시절 때 교실에서 숨만 쉬던 조용한 학생이었는데.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내가 성인 ADHD가 아닐까라는 옅은 의심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최근에 본격적인 의심의 계기를 겪으면서 검색을 하던 중 조용한 ADHD 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 의심은 거의 확신에 가까워졌다.

 한국에 있었으면 제대로 진단을 받아보는 건데.. 하면서 남편에게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여보 나 아무래도 성인 ADHD 인 것 같은데.."


남편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걸 이제 알았어?"

"어떡하지 이제?"

"뭘 어떡해. 이제까지 그렇게 살아왔는데..."


ADHD는 임상적으로 진단된다고 한다. 즉, 의료 검사 장비나 병리학 검사 수치에 의한 것이 아닌 검사 설문지와 상담으로 이루어진다니 검사자의 주관이 어느 정도 개입될 것이다. 병원에 안가봐도 근 이십년을 같이 산 사람이 저렇게 확신하니 나는 아무래도 ADHD인이 맞는것 같다.


 나의 자가진단에 유독 확신이 들었던 증상이 몇 가지 있었다.

 

1.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어렵다 : 별거 아닌 일도 엄두가 안나서 최대한 미루고 회피한다.

2.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시작하지만 끝마치기 어렵다.:항상 뒷심이 딸린다.

3  청각적 난독증이 있다 : 청력은 정상인데 유난히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4. 조심성이 없어 실수를 많이 한다. : 실수의 아이콘이다.

5.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 경청이 제일 힘들다.

6. 즉각적인 재미에 지나치게 탐닉한다. : 웹툰,영화광이다.

7.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다.:그래서 하나님은 믿는데 교회는 가기 싫다.

8.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불쑥 대답해 버린다. : 정말 내가 왜 이러지 싶다.

9. 중독증상이 있다:지금은 스마트폰 중독이다.

10.인정욕구가 강하다. : 이건 그나마 다행이다.

11. 항상 무기력하다.: 자유시간에는 거의 드러누워있다.

12. 정리정돈을 못한다. : 내 주변은 항상 어수선하데 정작 나는 그걸 못 느끼고 산다.


 이 밖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만 이야기하고 싶다. 일단 붉은 글씨는 현재 제일 문제가 되어 괴로운 부분이다. 그동안은 그저 MBTI 성격군 중 NTP 적 특징이겠거니 해왔었는데 상당 부분은 전두엽의 기능 저하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겠다 싶다. 다행스러운 건, 손발을 가만히 못 둔다든지, 산만하여 읽기능력이 떨어진다든지 하지는 않아서 한가닥 희망은 가지고 있다.  


 유투브에서 성인 ADHD 극복기를 영상으로 만드신 분의 이야기 중 와닿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 질환은 일종의 '근시'같은 것이라서 경도 근시면 안경을 안써도 크게 불편함이 없을 수도 있고 고도 근시이면 안경을 꼭 써야하듯이 ADHD의 약물치료가 필요한 정도는 개개인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십여년전에 라섹수술을 받아서 아직 시력이 쓸만하지만서도 예전만 못한 것 같기도 하거니와 스스로가 ADHD 질환이 강하게 의심이 되고 나서 부터 상징적인 의미로 염원을 담은 보안경을 하나 맞추었다.     

그리고 마그네슘과 도파민 같은 영양성분이 도움이 된다고 하니 영양제라도 챙겨 먹어 봐야겠다.


 최근에 마흔 앓이를 중2병 처럼 앓았다.

나의 모든 권태와 무기력의 원인이 내가 속한 세계와의 부조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니 살맛이 안났다.

이제는 ADHD 라는 뚜렷한 원인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유투브 슨상님이 전해준 위로가 하나 있었는데, 이런 불리함을 가지고도 이만큼 이루고 살아낸 것에 자부심을 갖으라는 말이었다. 나도 나지만, 내 남편도 참 욕봤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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