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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gevora Oct 11. 2019

INTP 자아성찰개론

나의 주제 파악하기

주의사항: 이 글은 다분히 주관적이며 편파적일 수 있습니다.

                  MBTI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20대 초반 대학을 갓 졸업하고 들어간 직장에서 나는 고전했었다. 보수적이고도 꼼꼼함을 요구하는 금융회사에서 나는 상사 및 직장 선배의 속을 꽤나 썪이는 부적응자였던 것이다. 조직의 미운오리새끼를 전전하던 시절, 다행히 나의 숨통을 좀 트이게 하는 계기가 있었다. 당시 그 회사는 직원들의 연수 및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어서 이런저런 주제로 외부강사의 워크샵에 참석할 일이 종종 있었는데 MBTI라는 심리적,성격적 주제에 대한 교육의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MBTI 이론에 따르면 4가지 성격적 지표에 의해 인간의 성격은 크게 16가지로 나눠지는데 강사는 직원들로 하여금 상당히 공들여 설문지를 작성하게 한 후 나온 성격타입에 따라 그룹을 지어 앉게 했다.


 남자직원이 월등히 많아서 그런지 이른바 한국사회에서 안정된 사회구성원의 역할을 한다는 ISTJ, ESTJ 그룹에 나를 갈구는 상사 포함해서 밀집이 되어 있었고 내가 속한 그룹에는 평소 기인 같이 보였던 여직원과 나 단둘임을 알았을때 뭔가 쎄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다수에 속하지 못한 마이너라는 사실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기대와 호기심이 더 컸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ENTP' 나와 그 기인이라고 쓰고 또라이라고 일컫는 이 속한 이 성격 타입은 어딘지 ADHD와 비슷한 양상이 많이 보였다. 눈치없는 직설화법으로 미운털이 박히고 마무리가 시원챦은 일솜씨에 항상 주변이 산만하고 정돈이 안되어있던 나의 부족함은 인구 중 3~4% 만이 해당된다는 이 희귀한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강의가 그렇듯 모든 성격은 각자의 장단점과 매력이 있으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훨씬 더 업그레이드된 인간이 되고 성격을 이해하면 나 자신과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는 훈훈한 교훈으로 마무리되었는데 참 고맙게도 나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그 상사분께서는 "내가 이제야 XX씨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라며 감동의 멘트를 날리기까지 하셨다.


 그로부터 거의 이십년이 되어가는 요즈음,

 문득 웹싸이트에서 무료 MBTI 검사를 해보았다. 결과는 INTP.

천방지축 사회초년생 시절과는 외향성에서 내향성의 차이가 있을뿐 NTP 성향에 여전히 치우쳐있었다. 사실 이십년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E나 I는 45:55 비율로 애매하다. 그래도 나이가 들고 외국생활을 하면서 좀 더 내향적이 되었다고나 할까.


 십여년의 시간 동안 나는 결혼을 했고 엄마가 되었으며 몇년의 전업주부생활을 제외하고는 주욱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불혹의 나는 20대 아가씨였던 나보다 더 영민하고 노련해져서 두어개의 페르소나를 만들어 시기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다.


 직장에서는 사회에서 미덕이라 여겨지는 SJ를 내 의식속에 듬뿍 세스푼 타서 금융회사에서는 몹쓸 NP를 중화시킨다. 롤모델로 삼을만한 SJ들은 주변에 쎄고 쌨다. 첫직장에서 나와는 반대적 성향으로 사랑을 독차지하던 후배, 모범사원인 우리 남편, 현모양처의 전형인 울 시어머님 등등이다. 잔뜩 긴장을 해야하지만 효과는 '신뢰'라는 보상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천성은 어쩔수 없는 것인지 나의 NTP (외향/내향은 어중간해서 논외로 하고)성향으로 인한 덜렁댐과 무심함은 완전히 숨겨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NTP 자부심이 있다. 나이들면서 점점 강해져가는 내향성과 결합된 INTP는 특별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예컨대 나는 사람에게 연연해하지 않고 상처를 줄 망정 결코 사람때문에 상처받는 일은 없다. 물론 사람한테 열받는 일은 있지만 썪은 무 도려내듯이 깨끗이 잘라내 버리면 그만이다. 세상 쿨하다.


 나보다 영어를 훨씬 잘하는 고등학생인 자녀에게 에세이 쓰기나 시를 분석하는데 한국말로 힌트를 줄 정도의 문학적 소양을 지니고 있다.

 조근조근 말로 설명하는 데는 나를 따라올 자가 없다.

 몸뚱이에 비싼거 걸친거라고는 하나도 없으면서 스스로 간지난다고 만족해하며 딱히 칭찬을 많이 듣는 편도 아닌데 스스로 우월감에 빠져있다.

 이 나이에도 뭔가 배우는게 즐겁다.

 그리고 솔직히 남녀 통틀어 나보다 유머감각이 좋은 사람 별로 못봤다. 특히 여자는 태어나서 아직 한명도 못 본것 같다.만약 실제로 그런 분(?)을 만나게 되면 존경하게 될 것 같다. 직장에서는 내가 입만 열었다 하면 빵빵 터진다.

 살림솜씨는 젬병이지만 음식은 제법 괜챦게 해서 가족들을 종종 기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찾아오는 자괴감은 나를 기운빠지게 한다. 특히나 아내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며느리로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미덕이라고는 별로 없고 천성적인 게으름과 의지박약으로 인한 그동안의 손해 및 피해 등등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그렇다. NTP는 모 아니면 도 처럼 선을 넘게 망해버리는 때가 있다. 얼핏 평범해보이지만 항상 중간이상인 SJ들이 부러운 순간이다.


 이 글을 시작으로 앞으로 NTP로서의 삶을 다각도로 분석이라고 쓰고 넋두리라고 이해한다 하고 내 주제를 파악하면서 스스로 해답을 찾고 멘탈을 강화하는 등 내 삶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그저 재미로 글을 써볼까 한다.

 아직 MBTI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거나 접해보지 못하신 분들은 꼭 한번 테스트해보시라 권하고 싶다. 100% 맞아 떨어지진 않을지라도 나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임에는 분명하니깐.


 혹시나 NTP의 다소 열등한 성격적 특성으로 인해 시행착오를 겪었거나 겪고 계시는 젊은 독자님들이 내 이야기를 통해 작은 힌트라도 얻게 된다면 나의 자긍심은 또 하늘을 모르고 치솟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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