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둣빛 장례식

돌아보는 삶

by 최국환



1656813401843.jpg

연둣빛 장례식






우두커니 걸린 시계 초침이 급하게 움직인다.

망자의 심장이라도 훔친 모양이다.

게으른 벌레 하나 목숨 다해 매달려도

시간은 여전히 진행형,

오늘 하루로 지난 삶들을 정리하려는 듯

쓸모를 다한 향초만 문상객을 맞고

상주의 하품에 오후가 지나간다.

삶이 다한 것과

그 속에서 다시 무너지는 아우성들

“유일하게 살아날 방법은 결코 뒤집히지 않는 일”

벽에 걸린 시계가 순간 멈춰 선다.


어딘가 다투는 소리,

매일을 왜 사는지도 모르는 자들의 화투장 뒤집는 소리.

정지된 시간,

생각에 지칠 일 없는

영정의 미소가 연둣빛으로 변해간다.

세상을 바라보는 망자의 가지런한 침묵에 밤이 저물고

뒤집힘에 익숙한 자들이 서둘러 제자리를 찾아간다.

새벽이 지독한 다짐으로 몸부림친다.

실로 화창한 장례식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 비롯됨에 대한 성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