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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반고등어와 나

바라보는 삶

by 최국환



종종 어려운 길을 힘들게 걷고 나면

내가 왜 살지? 하는 물음을 던질 때가 있다.

스스로 답은 구할 수 없어 길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그 역시 하루만 품을 일이다.


그래도 한 가지, 어렴풋 남아있는 기억이 있다면

성경 복음서나 교회 입구에 버젓이 세워져 눈 기억 한구석에 남아있는

"빛과 소금이 되어라."라는 말일 것이다.

아주 훌륭한 말씀임에 분명하지만

그 또한 아직까지 완벽하게 해석했다고 장담하지 못함은

그리 살아본 경험이 없어서임이 분명하다는 정도는 깨닫고 있다.


선한 영향력,

올바른 길을 밝히라는 하늘로부터의 역할_ 빛 광,

부패를 막고 가치를 더하라는 땅으로부터의 역할_ 소금 염,

세상을 구하는 존재로 살아가라 하신 그야말로 삶의 틀림없을 목표임에도

그 문턱에서 오늘 이 순간도 멍하게 서있는 건

여태껏 한 번도 찾아 나서지 못함에서 비롯되었음에

마음을 다잡고 오늘은 하나라도 찾기 위해

오랜 기억을 끄집어내기로 한다.


수년 전 남도에 자리한 오일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남쪽 지방에 위치했기에 그런지 장마당의 절반 정도는

싱싱한 수산물이 차지하고

나머지는 나물이며 각종 먹거리 생필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생선 특유의 비릿함으로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살아있는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한 생선시장의 분위기는

장사꾼들과 손님 간의 팽팽한 실랑이가 더해져 더욱 활기가 느껴졌다.


그중 한구석을 차지한 생선에 눈이 갔다

아내가 좋아하는 바로 고등어자반이었다.

성질이 급한 탓에 살아생전 손님의 손에 선택되기란 힘들었기에

그나마 소금에 절여져 이 자리까지 차지한 게 아닌가 싶다.

눈을 부라린 것이 어딘지 모르게 당당한 모습이거니와

가격도 살아있는 다른 생선에 비해 그다지 모자라지도 않은 것이

거침없이 뿌려진 소금 덕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맛을 더할 뿐 아니라 부패를 막아주는 선한 영향력,

그 소금의 다짐으로 살아갈 수는 없을까?

삶의 가치와 맛을 더하는 소금의 조용한 힘,

나 스스로에게도 선물하고픈 어린아이의 환희 같은 것

썩어 없어질 것들이 점점 더해가는 세상에 하늘이 이 땅에 내어준

거듭남의 선물이 아닌가 싶다.


냉동고 한쪽 칸에 소금에 절인 고등어가 있음을 안다.

당장, 아내를 꼬드겨야겠다.

오늘 저녁은 행복한 밥상이 차려질 것이다.






-소금-




오일장 한구석,

소금 뿌려져

눈알을 부릅뜬 생선 앞에

문득 발을 멈춘다.


절여졌기 망정이지

벌써 썩어질 것들의 부활?

하필 그것에

거룩함이 느껴지는 건

죽은 것은 살려 내고

오직 살려고 바둥대는 것은

숨죽이는

버려진 사명

한동안 잊고 지냈던

소금의 언약 때문은 아닐는지


자 이제 찾아 나서는 거다!

맛의 정녕이여

갓 태어난

어린아이의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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