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진 자의 고백
곧 재판이 시작될 것이다. 인정신문이 이어지고 나름 정해진 순서에 의해서 내가 저지른 죄가 판가름 날 것이다. 재판장, 아니 내 친구 현상이가 내 이름을 부를 것이고 주소와 주민번호 등을 목청 높여 대답해야 할 것이다. 그는 알 것이다. 아니 진작 알고 이 자리에 왔을지도 모른다. 이놈이 그놈일 거라는 사실을, 그런 마음으로 내 죗값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고 명령할 것이다. 어쩌면 내가 저지른 현재의 죄보다 예전 그가 치렀던 모욕에 대한 심판을 우선으로 삼을지 모른다. 아니 나 같으며 분명히 그리할 것이다.
드디어 눈길이 마주쳤다. 그의 안경 너머 예리한 눈빛은 법원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보다 눈부시게 비추고 있었다. 하얗게 변해 꿈쩍을 않던 내 눈은 순간 이슬이 스치는가 싶더니 이내 평안을 찾은 듯 희미한 미소와 함께 그의 눈을 바라보며 다소곳이 읊조리고 있었다.
‘반갑구나! 현상아.’
바라건대 지금 내가 저지른 죄보다 네가 당한 수모를 먼저 심판해 달라고, 해서 예전 부질없는 박수와 칭찬으로 세상을 살던 광대의 허울대신 진정 장태수의 마지막 남은 순수함으로 너를 업고 이 법정을 나가게 해 달라고…….
거짓 광대의 눈물은 뜨겁게 뺨을 훑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