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돌홍 탄생비화
30살이 되는 해, 돌연 '홍보'로 직무를 전환했다.
지금은 참 잘한 선택이었다 생각하지만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을 때,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5년 넘게 다닌 회사에 정이 떨어진 건지, 새로운 일이 고팠는지…
어쩌면, 처음부터 홍보인이 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난 대학 시절 언론 홍보를 전공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콘텐츠 기획,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 전공과 완전히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또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커리어패스를 그려왔다. 한때 주야장천 PR 수업만 들었다. 졸업 후 프레인, KPR과 같은 굴지의 PR 대행사나 기업 홍보팀에 입사하는 게 목표인 시절도 있었다. 그랬던 나인데, 어느 수업 중 현직자 인터뷰 과제를 하고 하루아침에 목표를 바꿔버렸다.
생각보다 훨씬 하드(Hard)한 직종이었기 때문이다. 언론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공들이는 과정, 보도자료를 쓰거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회사의 생리를 누구보다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 치명적 실수 에피소드 등을 듣고 지레 겁을 먹었다. 직접 겪어보지도 않고, 큰 벽을 만났다고 생각해 경로를 재탐색해 버린 것이다.
그 재탐색 과정도 흥미진진하긴 했다. 아이돌 전성시대에 화려한 앨범 커버를 보며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길로 포토샵 학원에 등록했다. 콘텐츠 디자인 복수전공도 했다. 디자인 툴을 다룰 줄 알게 된 덕분에 '디자인 강점을 가진 기획자'가 됐고, 대학생 신분에 인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유통 브랜드에서 제품 사진을 찍고, 찍히고,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었다. 내가 만든 콘텐츠로 고객이 유입되고, 실제 구매 전환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 졸업 후에는 마케터가 되어야겠다 다짐했다.
그렇게 첫 커리어를 마케터로 시작했다. 내가 판매해야 하는 건 손에 잡히는 물건이나 명확히 정의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닌, 조금은 독특한 형태였다. 프로페셔널함을 파는 것이 과제였다. 특정 상품/서비스를 파는 마케팅이 아니라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 가치를 파는 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니까.
자부심 느끼며 영차영차 열심히도 일했다. 여러 가지 일들을 펼쳐놓고, 돈을 최소한으로 들이며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조금 오만하게 보일 수 있지만, 혼자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고, 경제 불확실성으로 마케팅 예산이 크게 줄기 시작하면서 이직 생각이 극에 달했다.
직장인이라면 하루에 8시간은 기본으로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 시간을 이왕이면 내가 성장하는데, 그리고 회사가 성장하는데 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마케터의 중요한 역할이 회사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고객이 계속해서 찾게 하고 수익을 내는 거다. 소셜미디어 광고도 돌리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콘텐츠도 만들고, 자꾸자꾸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짠 하고 나타나야 한다. 그 과정 속 어느 정도 예산을 태우는 게 필수적인데, 회사에서 매년 예산을 줄이기만 하니 다른 방법을 계속해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찾은 게 언론매체였다. 신뢰도 높은 매체의 입을 빌려 우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내가 두려워하던 언론 홍보였다.
이때 찍먹한 홍보 일을 발판 삼아 지금 홍보인이 됐다.
5년의 외도 끝에 전공을 살려 다시 홍보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이건 돌고 돌아 홍보 커리어를 시작한,
어느 7년 차 신입사원(?) 돌돌홍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