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의 의미

by 돌돌홍

홍보에는 무언가 뜨끈함이 있다.


'밥 한번 먹자'라는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이 한마디가 홍보의 세계에서는 꽤 묵직하게 들린다.

실제로 뜨끈한 밥 한 끼는 많은 일을 가능하게 한다.


정성 들여 쓴 보도 자료가 기사로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잘못된 기사 내용은 빠르게 바로 잡는다. 위기 상황 시 기업의 평판을 지키는 핵심 역할도 한다. 그래서 홍보인에게 언론(기자)과 좋은 관계 구축은 필수적이다. 단순한 인맥이 아니라 업무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기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기자도 신뢰하는 홍보팀이 보낸 보도 자료에 눈길이 한 번 더 가고, 더 기사화하고 싶지 않겠는가? (물론 기사의 경중, 가치를 1순위로 따지겠지만 말이다.)


기사 내용에 오류가 있을 때도 관계의 힘은 발휘된다. 언론사 고객센터를 거쳐 절차를 밟는 대신, 담당 기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면 사실 관계를 빠르게 바로잡을 수 있다. 잘못된 정보가 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기자를 직접 알지 못하더라도, 그 기자를 아는 다른 기자를 통해 연락이 닿기도 한다. 이게 바로 인적 네트워크의 힘, 홍보의 자산이다.


또, 기자는 홍보팀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취재 시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얻을 수 있다. 이는 기사의 질과 업계 이해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이 '밥 한 끼'의 자리는 단순하지가 않다.


어렵게 예약한 평양냉면집, 역사 깊은 대구탕집, 유명 셰프의 양식당은 신뢰를 쌓는 소통의 장이 된다. 때로는 속 깊은 이야기가 오가고, 은근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한다. 마치 물 위에서는 우아하게 미끄러지지만, 물아래에서는 쉼 없이 발길질하는 백조처럼 말이다.


홍보팀이 있는 회사라면 우리 기업이 속한 산업 담당 기자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주기적으로 밥 한 끼를 한다.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일 잘하는 홍보팀'과 '일 못하는 홍보팀'을 가르는 지점이 될 수 있다. 좋은 관계, 신뢰의 관계를 쌓는 시작점이 바로 이 밥 한 끼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에디터, 마케터로 일하던 시절에도 유관 부서, 매체와 협업을 자주 했다. 그때도 관계는 중요했다. 하지만 일의 범위 안에서 소통하고 협력하는 선이었다. 며칠 밤낮을 함께 콘텐츠를 만들거나 행사를 준비하면서 동지애가 싹터도, 프로젝트가 끝나면 관계도 대부분 거기서 끝났다.


그런데 홍보의 세계에서의 관계는 무언가 지속적이고 쫀쫀(?)하다. 한 번의 식사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다음 기회를 잇는다.


당장 몇 분 후의 일도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이러한 관계는 홍보인에게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 앉아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와 온기를 나누는 일.


뜨끈한 밥 한 끼로 엮인 뜨끈한 이 관계,

단순한 비즈니스의 영역을 넘어, 서로 돕고 사는 이 관계가 참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돌고 돌아 홍보인_돌돌홍 업무일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야마가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