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파렴치한을 봤나!”
드라마에서나 들어본 대사였다.
홍보인이 되기 전까지는!
파렴치한은 도덕적으로 부적절하거나 뻔뻔한 행동을 목격했을 때 강한 비난을 담아 표현하는 관용어다. 뜻은 대략 알고 있었지만, 직접 사용해 본 적은 없었다. 일상에서 그렇게까지 악한 장면을 자주 마주칠 일은 없으니까. 극적인 전개가 필요한 드라마에서 유독 자주 들리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나 보다.
그런데 요즘은 파렴치를 찾는 것이 일상이 됐다.
그것도 현실에서가 아니라, 글 속에서.
글은 죄가 없다. 죄는 글쓴이가 짓는다.
무심코 지나친 작은 파렴치 하나가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보도자료, 취재 문의에 대한 공식 답변, 신년사 등 글을 쓸 때마다 홍보팀에는 일종의 미션이 주어진다. 바로 ‘파렴치 찾기’. 작문 실력만큼이나 매의 눈이 필요하다. 회사의 공식 입장을 담는 글에는 정확한 사실만큼이나 오탈자, 문법상 오류 등이 없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 이미지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영리하게 활용해 친근한 이미지를 쌓는 기업도 많다. 특히 인터넷 밈(meme)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요즘 들어 더욱 눈에 띈다.
이 전략이 모든 산업군에 통하진 않는다. 어떤 산업은 유쾌함보다 진지함이, 속도보다 신중함이 더 중요하다. 고객과의 신뢰 관계가 무엇보다 우선인 산업군도 분명히 존재한다.
고관여 제품이 그렇다. 고객이 많은 시간과 정보 탐색을 거쳐 구매를 결정하는 제품들. 기술 기반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믿어야 살 수 있다. 그런 브랜드가 어느 날 갑자기 유행어를 섞은 글을 올린다면 어떨까. 밈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결이 맞아야 한다. 유행한다고 무턱대고 가져다 쓰는 순간, 쌓아온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공식 채널일수록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확한 사실, 그리고 칼같이 지킨 맞춤법.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파렴치 찾기 미션을 수행한다.
눈에 띄지 않게, 하지만 기업 신뢰를 지킨다는 자부심과 함께!
[돌고 돌아 홍보인_돌돌홍 업무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