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간의 탄생과 그 이후

lecture 26

by BE architects
Wright Brothers’ Flights.jpg Wright Brothers’ Flights

부르주아의 취미에 가까웠던 비행이라는 것은 1903년, 최초의 동력비행 성공과 함께 새로운 이동수단의 가능성을 열었다. 하늘을 난다는 행위는 더 이상 모험가나 소수의 특권이 아니게 되었고, 군사적 목적에 집중되던 비행기는 1950~60년대 보잉 747을 중심으로 한 민간항공의 등장과 함께 급격한 전환점을 맞는다. 장거리 대량 수송이 가능해지면서 여행은 비일상의 사치에서 대중문화로 이동했고, 이동의 방식이 바뀌자 그 이동을 담아낼 공간 또한 새롭게 요구되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도착하고 출발하며, 기다리고 흩어지는 공간, 공항은 단순한 교통시설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도시가 되었다. 이때 건축은 장식 대신 구조를 드러내고, 재료를 숨기지 않으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한다. 소수의 기념비가 아니라 대중의 삶을 담는 건축, 보여주기 위한 건축이 아니라 사용되기 위한 건축이었다.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넓고 연속적인 내부공간은 권력을 상징하는 홀이 아니라, 대중이 모이고 흩어지는 공공의 것이 되었다. 이동은 더 이상 계층을 구분하는 행위가 아니었고, 값비싸고 사치스럽던 경험은 일상의 일부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대공간은 새로운 일상을 수용하는 그릇이 되었다.

TWA Flight Center.jpg TWA Flight Center by Eero Saarinen, 1962

에로 사리넨의 TWA 터미널은 이러한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마저 하나의 경험으로 만들고자 한 이 공간에서 구조는 곧 형태가 되고, 형태는 움직임을 이끈다. 거대한 곡면 지붕 아래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을 지니고 이동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집단적 리듬 안에 놓인다. 그러나 기술과 산업의 변화는 이 상징적인 공간의 운명도 바꾸었다. 항공 보안 강화, 대형 항공사의 표준화된 터미널 운영 방식 속에서 TWA 터미널은 더 이상 현대 공항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한동안 기능을 잃은 채 남겨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 건물이 철거되지 않고 보존과 전용의 길을 택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TWA 터미널은 공항 호텔로 재탄생했다. 더 이상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곳을 통과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 대공간 안에서 머물고, 걷고, 바라본다.


대공간의 탄생은 기술의 발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건축이 무엇을 상징할 것인가에서, 누구를 수용할 것인가로 질문을 바꾼 결과다. 이동의 경험이 대중의 것이 되었을 때, 건축은 그에 걸맞은 크기와 태도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기능이 사라진 뒤에도 살아남아 새로운 용도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축만이 진정한 대공간으로 남는다. 단지 한 시대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기억과 현재를 담는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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