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ture 27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공장은 단순한 생산시설이 아니었다. 공장을 짓는 일은 새시대의 신전을 짓는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속도와 이동, 자유를 상징했던 자동차와 그것을 만들어내는 자동차 공장은 기술과 자본, 노동과 시간이 집약된 근대문명의 심장과도 같았다.
알버트 칸이 설계한 포드공장과 피아트 공장은 공장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완성한다. 생산은 더 이상 장인의 손에 의존하지 않았고, 컨베이어 벨트와 표준화된 부품, 효율적인 동선이 결합된 대량생산이라는 산업사회 속에서 만들어졌다.
1923년 문을 연 토리노의 링고토 피아트 공장은 그 상징적인 결실이었다. 건물은 수직으로 적층 되었고, 자동차는 1층에서 시작해 5층까지 이어지는 약 500미터의 조립 라인을 따라 위로 이동했다. 나선형 램프를 따라 옥상에 도달하면, 곧바로 하늘 아래 설치된 테스트 트랙을 달렸다. 생산과 검증, 기술과 속도가 하나의 건축 안에서 완결되는 구조였다. 이곳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공장은 멈췄다.
1970년대 이후 설비의 노후화와 산업 구조의 변화로 공장은 문을 닫았다. 한때 근대의 상징이었던 공간은 거대한 산업 유산으로 남았다. 그리고 1980년대, 이 장소는 철거되지 않고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남았다. 생산의 공간을 문화와 산업, 전시와 공연이 공존하는 복합공간으로, 자동차가 달리던 옥상 트랙은 도시의 풍경을 내려다보는 산책로로, 조립라인이 놓였던 내부는 사람들이 머무르고 경험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산업사회가 남긴 물리적 유산은 역할을 바꾸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