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유산, 로빈후드 가든

lecture 28

by BE architects

대공간과 공장건축에 이어, 브루탈리즘이 만들어 낸 세 번째 공간은 사회주택이었다.

당시 팀텐의 멤버였던 스미슨 부부는 CIAM의 근대원칙에 반기하며 영웅주의가 아닌 사회연대와 평등을 토대로 새로운 주거공간,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주택을 계획하게 된다. 1970년대 런던 동쪽의 가난한 동네에 세워진 로빈후드 가든은 street in the air라는 유토피아적 이상을 가진 개념에서 출발했다.

Photomontage of street in the air

스미슨 부부는 근대주의의 기능주의적 주거 모델이 인간을 수용할 뿐, 관계를 만들지 못한다고 보았다. CIAM이 제시한 주거·업무·여가·교통의 분리 원칙은 합리적이었지만, 그 합리성은 삶의 밀도를 비워냈다. street in the air는 단순한 복도가 아니라, 도시를 건물 내부로 끌어들이는 장치였다.


그러나 문제는 개념이 아니라 스케일과 구조였다. 긴 매스와 반복되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패널은 산업화된 효율을 상징했지만, 동시에 장소성을 희석시켰다. 내부의 공중가로는 공동체를 상정했지만, 실제 운영과 관리 시스템은 그 공동체를 지속시킬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건축은 사회적 연대를 전제했으나, 정책은 비용 절감을 전제했듯, 이상은 현실과 충돌했다.

Robin Hood Gardens, Alison and Peter Smithson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도시 재편 속에서 공공주택은 자산 가치의 논리로 재평가되었다. 런던 동부의 토지는 더 이상 ‘복지의 장소’가 아니라 ‘개발의 기회’가 되었다. 결국 철거는 미학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가치 체계가 바뀐 결과였다. 보존을 요구한 건축가들은 이것을 20세기 사회적 실험의 기념비로 보았지만, 도시는 건축적 유산보다 경제적 효율을 택했다. 일부 파사드 조각이 Victoria and Albert Museum에 보존되었지만, 박물관에 옮겨진 콘크리트는 더 이상 주거가 아니라, 맥락을 잃은 표본일 뿐이다.


건축은 사회를 설계할 수 있는가.

혹은 사회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건축은 필연적으로 실패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실패한 실험을 보존해야 하는가,

아니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워야 하는가.


로빈후드가든은 사라진 건축이 아니라, 지워진 사회적 약속, 공공성에 대한 한 시대의 태도가 종료되었음을 보여준다.


매거진의 이전글지붕위를 달리던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