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ture 29
장르만으로 볼 때 킹콩은 액션스릴러다.
거대한 괴수가 등장하고, 도시는 파괴되며, 인간과 괴물의 대결이 스펙터클 하게 펼쳐진다. 그러나 1930년대, 제국주의가 정점을 찍고 자본주의가 세계를 재편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놓고 보면,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현대 문명에 대한 우화로 읽힌다.
King Kong 속에서 킹콩이 진정으로 평온해 보였던 순간은 단 한 번뿐이다.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앤 대로우와 장난치듯 어울리던 장면. 자연과 인간이 잠시 긴장을 내려놓는 그 찰나를 제외하면, 그는 끝내 ‘타자’로 규정된 채 소비되고 전시된다. 그리고 마침내 1931년 완공된 아르데코 양식의 초고층 빌딩,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위에서 최후를 맞는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1973년 세계무역센터가 세워지기 전까지 40여 년간 ‘세계 최고 높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한, 20세기 미국의 야망을 수직으로 응축한 구조물이었다. 흑백영화와 라디오 방송이 대중문화를 지배하던 시절,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가 개봉하기도 전의 세계에서 이 빌딩은 이미 완공되어 있었다.
67개의 엘리베이터, 5,700 ton의 철골구조, 1,000만 장의 벽돌, 6,400개의 창문, 3,500명의 인력을 동원하며 1개 층을 올리는 데 평균 1.4일, 102층을 완성하기까지 단 11개월. 이 기록은 기술적 성취이자 시대의 조급함을 드러낸다. 대공황 한복판에서 진행된 이 공사는, 불황을 돌파하려는 집단적 의지와 더 높이, 더 빠르게를 외치던 자본의 논리가 결합된 결과였다. 수직으로 치솟는 철골 구조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위로 향하는 욕망 그 자체였다. 이민자와 노동자들의 손으로 세워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그렇게 20세기 아메리칸드림의 기념비가 되었다.
그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밟고 올라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