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된 사회, 개방된 건축

lecture 31

by BE architects

1960년대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The Hippie Movement, 1960's

전쟁 이후 복구와 성장을 거치며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졌고, 권위와 질서로 유지되던 기존의 구조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학에서는 토론이 넘쳐났고, 거리에서는 시위가 이어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정해진 방식대로 살아가기를 원하지 않았다. 사회는 점점 더 열린 형태를 요구하고 있었다.


건축은 여전히 닫힌 체계로 존재해야 하는가,
아니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가?


네덜란드 건축가 헤르만 헤르츠버거_Herman Hertzberger는 이 질문에 비교적 명확한 답을 내놓은 사람이다. 그는 건축을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참여하며 계속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이해했다. 방과 방 사이, 내부와 외부 사이, 개인과 공동체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여백, 명확한 기능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그래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지는 중간 공간이야말로 개방된 사회가 작동하는 최소 단위라고 보았다.

Central Beheer Office, Herman Hertzberger, 1972

Central Beheer Office는 전통적인 사무실처럼 복도와 방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다. 동일한 구조 모듈이 반복되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계단과 테라스, 작은 광장과 같은 공간이 자연스럽게 끼어 있다. 직원들은 그곳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며, 업무와 휴식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한다. 조직은 건축이 만들어 낸 관계 속에서 단순한 업무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작은 사회가 되었다.


헤르츠버거가 활동하던 시기는 모더니즘이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포스트 모더니즘이 등장하던 전환기였다. 이전 시대의 건축이 질서와 효율, 통제를 통해 사회를 조직하려 했다면 그는 관계와 참여, 선택을 통해 공간을 구성하려 했다. 건축의 역할이 사람을 관리하는 데에서 사람을 만나는 방향으로 이동한 것이다.


개방된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거대한 제도나 구조가 아니다. 건축이 스스로를 조금 비워 두면, 사람들은 그 안에서 새로운 관계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복도에서 시작된 대화가 공동체를 만들고, 현관 앞 작은 계단이 도시의 기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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