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ture 33
20세기 건축을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모더니즘의 단순성과 획일성, 기능성을 비판하고 건축의 맥락을 중요하게 생각한 건축이론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Less is more 라는 말에 대응해 Less is bore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던 안티 모더니스트, 건축역사학자 빈센트 스컬리가 극찬한 complexity and contradiction in architecture 에서 건축의 모순과 다양성을 제시했던 로버트 벤츄리, 그가 그리는 도시와 건축은 근대건축의 공간, 형태, 구조의 엄격함을 탈피한 기호의 건축, 기호의 도시였다. 처음부터 근대건축을 시각적으로 보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기호의 도시는 그 후 20여 년간 근대건축의 공백을 메우며 건축계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라스베이거스의 교훈 Learning from Las Vegas 에서 그는 화려한 간판과 상업건축을 통해 현대 도시가 작동하는 방식을 읽어냈다. 건축은 더 이상 순수한 형태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전달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매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기호의 건축이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은 아니었다. 의미와 상징을 강조하는 태도는 도시의 구조적 문제를 간과했고, 건축을 표면적인 장식으로 오해하게 만들었다.
벤츄리는 근대건축을 부정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근대건축이 지나치게 순수해지려는 과정에서 삶의 복잡성을 놓치고 있다고 보았다. 단순함은 미덕이었지만, 그 단순함이 현실을 설명하지 못할 때 건축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었다. 프로젝트 중 상당수가 'Learning from...'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하나의 해답보다는 질문을 던진 사람, 건축이 현실의 모순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태도, 질서를 부정하지 않고 균열을 드러낸 그는 조용한 안티 모더니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