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ture note 08
신대륙의 발견과 식민지 개척으로 수집 열풍이 불었던 16세기 유럽에서는 조개껍데기, 화석, 동물의 뼈를 비롯해 광학도구, 망원경, 무기, 악기, 미술품 등 진귀하고 이국적인 온갖 물건들이 비밀스러운 사적 공간에 수집되고 진열되었다.
사설 미술관과도 같았던 호기심의 방은 일관성을 찾기 어렵지만, 수집가가 세상을 보는 방식, 과학, 철학, 신학적 관점을 아우르는 수집품들이 상상력과 만나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각자의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혁명에 기원을 두고 있는 루브르 박물관은 이런 특권층들의 컬렉션, 군사 정복에 따른 전리품, 성직자들과 망명자들로부터 몰수한 재산 등을 바탕으로 1793년 8월 10일 개관을 하게 된다. 귀족들만이 향유했던 문화가 대중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19세기 초부터 미술관은 건축가가 의뢰받는 가장 중요한 건물유형 중 하나였다.
파리 루브르궁이 미술관으로 개조되고, 개인수집품으로 시작한 영국의 대영박물관이 대중에게 공개되기까지, 근대국가의 기본 요건인 문화 인프라를 국민들에게 제공한다는 명분과 제국의 국력을 과시하는 정치적 이점까지 갖춘 미술관은 아주 매력적인 유형이었다.
베를린에 있는 카를 프리드리히 쉰켈의 알테스 발물관 Altes Museum은 근대 박물관을 대표하게 되었다. 프로이센 왕국의 소장품들을 중심으로 한 세기에 걸쳐 각기 다른 전시스펙트럼을 가진 5개의 박물관이 만들어졌고 이후 박물관섬은 전쟁의 상흔과 여러 사건을 견디며 1999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예술은 대중에게 공개되어야 하며 시민들은 포괄적인 문화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계몽주의사상, 누군가의 강렬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미술관은 대중문화의 산실이자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