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logue 017
추모와 기억은 특정한 날과 장소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부담 없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추모의 마음과 만날 수 있는 장소, 떠날 때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나설 수 있는 곳, 우리가 제안하는 추모의 풍경은 거창한 형식보다 기억과 위로가 조용히 흐르는 공간이다.
Narrative Place
낮은 담장을 넘어서면 조용한 흐름이 시작된다.
이곳은 거대한 구조물이 아니라, 부드러운 바람과 잔잔한 물결, 시간에 따라 변하는 빛과 그림자로 피해자의 기억을 품는다. 방문자는 정해진 길을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리듬으로 머무르고 사색하며 공간을 경험한다. 나무 아래에서 쉬고, 반사된 햇빛을 따라가며 잊힌 기억을 되새긴다. 기억, 추모, 치유, 기록으로 이어지는 공간들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를 마주하는 장소가 된다.
① 쇄석길 : 진입 마당 위 쇄석이 만들어내는 거친 발자국 소리는 내부공간으로 이어진다. ② 기억의 담 : 추모관으로 가는 여정은 기부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담장(벽돌)으로부터 시작된다. ③ 치유의 숲 : 밝고 따뜻한 햇빛이 가득한 나무그늘과 풍경너머, 검게 그을린 벽을 배경으로 김형률 추모비를 마주한다.
③ 추모의 길 : 좁고 긴 사잇길을 따라 낮은 곳으로 내려간다. 검게 그을린 벽(탄화목)은 수많은 역사적 상흔을 버텨낸 위로이다. ④ 추모 공간 : 지면으로부터 서서히 내려온 낮은 공간에는 역사의 아픔으로 쓰여진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⑤ 추모 광장 : 완만하게 기울어진 광장은 추모공간을 향해 있다. 위압적이지 않은 광장은 자유롭게 앉거나 누워 눈을 지그시 감아도 좋다. ⑥ 들꽃 언덕 : 추모공간 상부에 있는, 사방으로 탁 트인 들꽃 언덕은 사계절 꽃을 피울 수 있는 일상의 풍경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⑦ 추모의 벽 : 1만 장의 벽돌이 쌓여 만들어진 추모의 벽에는 이 시대를 살아온 피해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하늘을 향하고 있다. 영롱 쌓기로 만들어진 벽돌 스크린은 추모공간에 따뜻한 빛을 드리운다. ⑧ 추모의 탑 : 하나하나 쌓아서 만들어진 단단한 탑은 추모하러 오는 이들을 맞이하는 이정표가 된다.
Memorial Scape
추모공간 안팎으로 연속적인 시퀀스를 배치하여 머무르며 감상하는 방식이 아닌 움직이며 경험하는 서사적 풍경이 된다. 일상의 연장선에서 비일상적인 감각을 깨우는 곳, 누구나 스며들 듯 들어오지만 나설 때는 조금 달라진 마음을 갖게 되는 공간, 단순한 기념의 장이 아니라, 기억과 위로가 흐르는 풍경이다.
* 2025 원폭피해자 추모시설 건립사업 / 참여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