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ture 12
마천루가 즐비한 뉴욕 센트럴 파크를 따라 어퍼이스트사이드를 걷다 보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사후 반년뒤에 완공된 구겐하임 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주목할 것은 구겐하임 미술관이 소장품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사실이다.
What a museum should be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이 고대부터 근대를 아우르는 인류의 문명사를 폭넓게 다룬다면, 재벌가의 컬렉션으로 시작된 구겐하임 미술관은 현대미술을 담당한다. 시카고학파 중 가장 잘 알려진 루이스 설리반 사무실을 떠나, 당시만 해도 유럽의 카피에 불과했던 미국의 건축으로부터 독자적인 노선을 펼치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솔로몬 R. 구겐하임과 힐라 폰 리베이의 요청에 따라 평범한 사각형 입방체가 아닌 새로운 미술관을 상상하게 된다. 이후 도면만 750여 장에 달했던 7번의 설계변경,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물자 부족, 구겐하임 솔로몬의 사망과 힐라리 베이의 사임 등 험난한 여정을 겪게 되면서 설계를 시작하고 16년 만에 완공된다.
건축에서 오랫동안 변치 않던 평평한 바닥이라는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430m의 나선형 램프로 이어지는 계단 없는 미술관, 수많은 질책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마스터피스가 된 구겐하임은 미술관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과 현대미술에 대한 구겐하임 정신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