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ture 14
건축의 역사는 특정종류의 건물만을 선별적 대상으로 삼아왔다. 신전과 같은 신성한 건축, 궁정과 같은 절대 권력의 건축, 공공을 위한 사회적 문화시설, 시대를 초월한 기념비적 건축들이 그러했다. 이런 건물들만이 건축의 대상, 그리고 건축가의 작업대상으로 인식되었다.
세상에 원래 그러한 것은 없다.
공장 같은 산업용도의 건물들은 여전히 건축이 아니었다. 영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뒤늦게 공업화가 시작되었던 20세기초 독일, 공업화를 통해 예술을 대중에게 대량공급하겠다는 신념을 가진 헤르만 무테지우스는 독일공작연맹을 창설해 12명의 건축가, 12개의 산업체와 합심해 수공예 공업이 아닌 대량생산의 공예산업을 추진하게 된다.
건축과 디자인의 경계, 산업디자이너라는 직종은 물론이고 CI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 로고디자인부터 상품 디자인, 인테리어, 노동자들의 주거공간, 공장까지 통합적인 하나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디자인 원칙, 소비자는 물론 생산자의 미학적 경험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디자인 경영은 1907년 AEG의 예술자문을 맡았던 피터 베렌스로부터 시작되었다.
발터 그로피우스, 미스 반 데 로에, 르 코르뷔지에까지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로 알려진 이들이 모두 그의 어시스턴트였기 때문에 특별하기도 했던 피터 베렌스의 명성은 AEG 터빈공장이 완성된 직후 하늘을 찔렀고, 그 어떤 건물도 기념비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던 시대, AEG 터빈공장은 새로운 시대의 신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