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없었더라면 저도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 요즘 자살하는 청년들이 너무 많은데 먼 얘기 같이 느껴지지 않아요. 최근 지인의 친구가 (우울증 때문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자살을 하셨데요. 한 명이라도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런 결정을 내릴 것 같진 않아요. 절 믿어주는 선생님이 있으니 제가 이렇게 좋아졌잖아요. 전에요, 전 제가 나름 아주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한다고 믿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왜곡된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어요. 죽고 싶을 정도로, 제 몸과 마음을 무너뜨린 그 시간조차 지금은 좋았던 시간으로 생각이 들기도 해요.
힘겨웠던 그 시간이 어쩌면 감정적으론 가장 충만한 시간들이었을지도 몰라요.
맞아요, 제겐 예쁜 경험이었어요. 오늘 가을바람에 실려오는 금목서 향기가 예전의 기억을 다시금 불러왔는데 달콤한 꽃향기가 좋다 못해 슬픈 느낌마저 드는 거예요. 전의 그 경험이 과거가 되어버려서일까요? 그토록 힘들었던 경험이 이렇게 변화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다른 친구들도 절망에 빠졌을 때 잠시 환기를 시키고 시간을 버티면 다른 시선으로 그 경험을 바라볼 수 있을 텐데... 마음이 아파요.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어느 순간 절망의 순간이 오고 낭떠러지에 발끝으로 선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님 말씀처럼 혼자서 환기를 시켜도 되고 누군가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하긴 같이 할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벼랑까지 가기 않을 수도 있겠지만. 잘 지내던 사람도 갑자기 절망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니까요. 지금은 결코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데 끝나버리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진짜 선생님이 없었으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수도 있어요. 너무 감사해요. 이렇게 선생님과 만나서 상담할 수 있다는 것이요.
저는 작은 부분이지요. **님을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고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본인이 있고요.
저요, 더 좋아질 거예요. 더 행복해질 거예요.^^
**님, 저만 그대에게 희망을 드린 게 아니랍니다.
평소에도 그대들이 제게 희망을 주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그랬어요.
오죽하면 드디어 숨이 쉬어진다... 그대가 나의 숨통이구나~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을까요.
함께, 머물며 마음이 이어져 있다는 경험. 그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오는 떨림.
절 견디게 해주는 시간들이 그대들과의 만남이에요.
내게 있어 상담이란, 호흡이었네요. 나도 그대 덕분에 기분 좋은 호흡을 하며 살아있음을 느꼈어요.
아름다운 그대에게 감사해요.
상담을 종결해야 된다는 시점을 전 이렇게 결정하곤 했어요.
'이제 우린 상담자와 내담자가 아닌 친구다'라는 마음이 들면 상담을 마칠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상담종결이 기쁜 만큼 슬프기도 해요. 친구와의 이별이라.
**님과의 이별도 다가오고 있네요.
너무 예쁜 계절이라 그럴까요? 그대와의 이별이 날 숨 막히게 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이 드는 게?
다행히 미치 앨봄 교수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글귀가 절 어루만집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우리가 가졌던 사랑의 감정을 기억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진짜 우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고 죽을 수 있네. 자네가 가꾼 모든 사랑이 거기 그 안에 그대로 있고, 모든 기억이 여전히 거기 고스란히 남아 있네. 자네는 계속 살아 있을 수 있어. 자네가 여기 있는 동안 만지고 보듬었던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