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거리
어떤 주제로 상담을 하나요?
특별히 다르지 않아요, 그저 우리들과.
물론 때로 그 내용의 강렬함에
오싹해질 때도 있지만 말이지요. 덜덜~~~
대개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지요.
자존감이 낮아요,
친한 친구가 한 명밖에 없어요,
외모콤플렉스가 있어요,
상사와 대화하기가 어려워요,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기가 힘들어요 등등
한 번이라도 위의 내용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여기서 오늘은
'친한 친구가 한 명 밖에 없어요'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친구의 정의는 참으로 다양할 수 있는데
나무위키의 정의는 이렇다.
'친구는 가깝게 오래 사귀어 정이 두터운 사람을 뜻한다'
친구가 몇 명 정도 있나요?
보통 10명 정도라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친한 친구가 몇 명 정도 있나요?
많게는 5명, 대부분은 2~3명이라는 답이 많다.
어떤 사람은 친구와 절친의 구별이 없기도 하고
혹자는 명확하게 분리하기도 한다.
산책을 하던 중 남편이 불쑥 말했다.
"생각해 보니 난 친구가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진짜? 잘 생각해 봐~"
"인간관계가 안 좋은가... 친구가 없어"
"갑자기 그런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된 거야?"
"부모님들 아프시고 하니까 문득...
아는 사람 있으면 병원예약이나 입원도 좀 쉽게 하고 더 잘 봐주는 것 같기도 해서.
대학 동기들 병원에 있는 애들 많은데 지금이라도 연락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좀 웃기잖아. 모임에 한 번도 얼굴 비치지 않던 애가 전화하기가.
평소에 인맥관리를 해 놨어야 하나 싶고. 좀 그러네..."
"그렇게 생각하면... 의료계에 아는 사람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우리도 그렇고. 뭐 의료쪽에 인맥이 아예 없는건 아닌데 그냥 순차적으로 해도 되지 않아? 우리가 가로채기 하는 걸수도 있는데. 근데 과연 이런 이유로 인간관계를 맺어야 하는 걸까? 물론 원인과 결과가 바뀌어 원래 친한 친구가 의사가 되었다면 모를까. 친한 친구여도 부탁하기가 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쓰임새에 따라 의도적으로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건 치사하지 않아?"
"그래... 그냥 마음이 씁쓸하다고.
그저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치료받고 하면 되지"
"근데 진짜 친구가 하나도 없어? 잘 생각해 봐~"
"없는 것 같아, 아는 사람이야 많지. 하지만 진짜 친한 친구는..."
"너무 서운하다. 바로 앞에 있는데!"
"ㅎㅎ 마누라는 생각도 안 했지~친구 이상이니까. 맞네, 한 명 있네 ㅎㅎ"
"그럼 됐지. 한 명이 어디야! 나도 생각해 보니 어쩜 한 명일수도 있어"
친구가 한 명밖에 없는 것이 과연 고민이자 슬픈 일인가?
아니면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가.
이에 대한 생각은 오래전으로 흘러간다.
아빠가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 상태였을 때로.
은행지점장이었던 아빠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에는 보증을 섰던 시대라 아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나쁘게는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많았고
나의 아빠는 음주가무를 과도하게 즐기는 데다가
요즘 말로 하면 완전 F형이라 인기가 없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사고소식이 전해지자 약 1달 정도는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았다.
친인척을 시작으로 친구들, 도움을 받았던 지인들이 한 번씩은 다녀갔다.
1달이 지나자 사람들의 방문이 뜸해졌는데
아빠와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친했던 사장님과
친구 한 명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보러 왔다.
6개월이 지나자 방문객은 오직 한 명이었다.
아빠와 중학교 친구인 아저씨는 본가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이었는데
왕복이 쉽지 않은지라 처음 한 일주일은
중환자실 앞 의자에서 새우잠을 주무시며
면회시간마다 친구 얼굴을 보았었다.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기에 그 후 2주에 한번 정도 올라오셨다.
기적이 일어나 반년이 훌쩍 지나
아빠는 눈을 뜨시게 되고
또 한참 몇 년이 흘러 퇴원을 하게 되었다.
아저씨는 일을 정리하고 아예 서울로 올라오셨다.
친구를 어떻게든 낫게 해 보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고작 한 달 만에 정리된 아빠의 인간관계를 보면서
세상이 삭막하다,
사람들은 이렇게 계산적으로 사람을 사귀나란 생각으로 괴로워하던 내게
아저씨의 존재는 빛과 같았다.
하이디같이 순수한 눈망울을 한 아저씨에게 나는 운전을 배웠다.
아빠와 아저씨 그리고 나는 삼총사처럼 어울려 다녔다.
아빠와 아저씨를 보면서 부러웠다.
두 분의 인생은 이만하면 성공작이다 싶었다.
이런 친구 한 명 있으면 나름 잘 살아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사실 없어도 괜찮고 있으면 감사하고...
아니 있고 싶었다.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버거워하면서까지,
상대에게 지나치게 맞추면서까지,
마음이 상하면서까지 친구를 갖기 위해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연스럽고 진실하게 행동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 나 자신과 친구 되기도 얼마나 어려운가! ㅎㅎ
복이 많은 사람인지~
지금 내게는 완전한 친구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