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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ias Jan 18. 2024

내 마음을 맞춰봐!

안전심리1-의사소통

아래의 그림에서  내가 생각하는 '사랑'을  표현한 그림을 선택해 보세요. 또 내게 의미 있는 타인들은 어떤 그림을 택했을지도 생각해 보세요.

코리아 보드게임즈 딕싯 카드

제게 있어 사랑은 3번에서 느껴지는 의미와 비슷합니다. 괴물에게 먹혀버리려는 위기의 순간. 죽음을 각오하고 연인을 구해주는 고귀하고 희생적인 마음과 행동이라 할까요?  

저는 이 그림들을 준비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3,4번을 고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예상대로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3번이었어요.

“3번 그림이 가장 많이 나왔네요. 대표로 몇 분만 선택한 이유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딱 보면 몰라요? 그냥 보이는데요~”

“네??”

“하트요, 하트, 사랑표시가 있잖아요?”

“어디요?”

“그것도 아픈 사랑이네요. 삐죽삐죽..”


괴물의 입이 하트모양이었던 것입니다. 그 얘기를 듣기 전에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습니다만, 듣고 보니 진짜로 커다란 하트가 가운데 떡하니 있네요. 가시로 잔뜩 뒤덮인 아픈 사랑입니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3번을 선택하신 분의 90%가 같은 이유였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예상한 ‘희생적인 사랑 어쩌고~’는 5% 정도였어요. 저만 딴 세상에 있는 느낌이었어요. 


두 번째로 많이 나온 대답은 2번이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보기 좋게 예상을 빗나갔답니다. 제게 2번 그림은 ‘삼각관계’를 나타낸 그림이었거든요. 두 남자를 사이에 두고 갈등하는 여인이요. 신입사원들이나 젊은 직원 몇몇 분들은 저와 의견이 비슷했지만, 3대 후반 이상의 분들이 2번을 선택한 이유는 달랐습니다.

“저 여성이 우리 와이프로 보이네요. 그리고 조그만 사람은 우리 아이들이고요. 이상하게 가족으로 보여요. 책임감도 느껴지고요. 하긴 사랑에는 책임이 따라붙지요. 그래서 힘든 것도 웬만하면 참아내고...”


세 번째는 4번이었는데 제게는 노란 링이 신뢰, 언약으로 느껴져 사랑과 연결되었어요. 역시나 많은 분들의 생각은 저와 달랐습니다. “머리카락 빗겨주듯이 보살펴 주는 것이 사랑이지 않겠어요?”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자세히 보니까 노란 링이 반지가 아니라 머리끈이네요! 섬세하기도 하셔라~ㅎㅎ


꼴찌를 차지한 첫 번째는 사랑은 미로다, 구속이다, 탈출하고 싶다(헉), 알 수 없다, 오묘하다 등등이었어요.


제 입장에서 예상한 답들과는 확연히 다른 생각들을 접하면서, ‘다른 분들의 생각을 찬찬히 듣기 전에는 함부로 아는 척하며 속단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동일한 답이 나왔더라도 나와 같은 이유가 아닐 수 있다’는 것도요. 동일한 행동을 하거나 동일한 답을 고르더라도 한 번 더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눠보아야 진짜 이유를 알 수 있겠구나...라고 마음으로 느끼니 저절로 겸손해지더라고요.

‘타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러니까 잘 듣고 오해하지 말아야겠다’   


흔히들 이런 말을 하세요.  "저 사람을 안 지가 얼만데, 척 보면 알지. 머릿속이 훤히 보이네." 완벽한 착각일 수도 있어요. 자신의 생각도 잘 모르는데 타인의 생각을 어떻게 일 수 있을까요. 표현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표현을 제대로 하는 것도, 잘 표현해도 전달이 얼마만큼 됐는지 몰라요. 그래서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와! 3번을 고르다니 역시 나랑 생각이 걑네!'가 아닌 어떤 이유로 3번을 택했을까 묻고 들을 시간.


산업현장에서도 사고, 불안전한 행동에 대한 원인을 알고자 할 때 표면에 드러난 원인은 결과일 수 있어요. 규칙을 어기는 이유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진짜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잘 묻고 잘 들어야 합니다. 시간에 쫓기면 잘 듣기 힘들고 빨리 결론을 내는데 급급합니다.


참! 3번을 고른 이유가 하트가 있어서라고 한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사실 이런 반응은 흔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어떤 집단의 대다수가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는 건  개인차보다는 조직이나 상황의 영향이 클 거예요. 괴물의 입을 하트로 보는 것이 왜 흔하지 않은지, 그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이야기하려고 해요.  글이 길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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