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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ias Jan 22. 2024

사춘기 딸과 홈베이킹 2

T딸과 사는 F 엄마- MBTI

엄마; 브런치 봤어?

은이 : 잘 쓴 글은 아니더라. 그래도 글이 딱 엄마 같아서 좋아. 참! 은이 와 윤이 좀 그렇더라.

        으니와 유니는 어때?

엄마: 으니와 유니로 바꾸면 되지.

으니: 언니도 봤어?

유니: 응, 안 보려 했는데 엄마가 옆에서 보고 어서.


사춘기 딸과 함께 베이킹 첫회를 쓰고 나눈 대화가 이러했다. 봤냐는 물음에 첫 대답이 '잘 쓴 글은 아니더라'라고? 순간 짜증이 나며 이걸 그냥 , 어디서 평가질이야?라고 화를 냈다면? 으니는 뭐지? 하며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을 것이다.

나의 반응은(물론 속으로) '누가 T 아니랄까 봐. 재밌구먼. 유니는 내가 보고 있어서 억지로 읽었네.. 다음부턴 조심해야겠다. 근데 내 앞에서 그걸 굳이 말로 해야 돼? 너도 어김없는 T구나'였다.  

으니와 유니의 반응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각을 가감 없이 말한 것일 뿐이다. 나는 그들의 반응양식에 익숙하니 삐지지 않을 수 있고 말이다.^^ 물론 으미와 유니도 엄마 앞이라 자동적으로 나온 반응일 것이고  다른 상황에서는 훨씬 순화된 반응을 할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ㅎㅎ

아~주 가끔 으니와 유니의 산뜻한 합리적 사고에 마음의 스크래치를 받을 때도 있다. 내가 서운한 마음을 표현할 때도 있지만 표현하기도 전에 얼굴표정에 나타나는지 으니와 유니가 바로 위로를 해준다. F가 뚝뚝 떨어지는 갈대 같은 엄마의 마음을 들어다 놨다 하면서, 조언도 위로도 잘해주는 고맙고 예쁜 딸들이다.


예전에는 MBTI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최근 몇 년간 폭풍적인 MBTI 유행으로 업무상 많은 시간을 MBTI와 보내게 되었다. 유형을 알게 되는 것보다도, 수시로 사람들과 공통된 단어로 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MBTI가 참으로 고마운 도구가 되어주고 있다.^^


엄마가 보기에도 사이가 좋은 으니와 유니 자매.

딸만 둘이라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물어본다.

“남편이 아들 낳자고 안 해요?”

“안 해요”

“그럼 시부모님들은요?”

“안 하세요. 오히려 어머니는 둘째가 남자아이면 혹시라도 첫째에게 소홀해질까 봐 걱정하셨어요. 다행히 여자 동생이 생겼지요^^”

계획적이고 책임감 강한 남편은 여러 정황상 자신의 인생설계에 자식은 한 명이라 정해놓았기에 유니 이외의 자식은 생각지도 않았다. 문제는 유니였다. 동생을 낳아달라, 그것도 여자동생을.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아빠의 계획을 산산이 무너뜨리고! 꿈에 그리던 여동생을 만나게 된 것이다.

엄마보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으니를 바라보던 유니의 보살핌 덕분에, 나는 경력단절 여성에서 본격적인 워킹맘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전일제 첫 근무날,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두 아이를 보고 많이 울었다.

"너희가 힘들면 바로 그만둘 거야. 내겐 가족이 일등이니까"

"엄마~우리 걱정 말고 잘 다녀오세요~저녁에 만나요^^"

다행히 으니와 유니는 엄마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합리화인가?^^) 잘 지냈다. 하긴 엄마보다 더 세심하게 살펴주는 언니가 있으니, 그리고 언니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으니의 막강한 귀염귀염을 누가 막으랴. 전생이 있다면 두 자매는 어떤 인연이었을까?  

일 하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아 때려치우고 싶을 때, 동료가 꼴 보기 싫을 때에도 "내가 우리 아가들을 두고 나와 일을 하는데 정성껏 해야지, 이렇게 나쁜 마음을 가지고 일하면 너무 미안하잖아. 차라리 안 하면 안 하지" 하면서 긍정적인 태도로 일할 수 해준 것도 으니와 유니 덕분이다.


두 번째로 만든, 녹차 초콜릿 스콘 

재료 : 박력분, 버터, 베이킹파우더, 설탕, 소금, 말차가루

으니는 베이컨을 시작하고 쪼금 자신감이 붇자마자 두 번째 작품을 언니를 위해 만들었다.

녹차를 좋아하는 언니에게 "언니가 좋아하는 녹차 초콜릿 스콘이야, 어때~?"

"음... 맛있어. 또 만들어줘~우리 아기~"

덕분에 나도 오늘도, 앞으로도 맛있는 빵을 얻어먹을 수 있겠다. ^^


참고>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여 T/F 설명을 안 하려 하다가 혹시 몰라 부연설명 짧게 불여요.

*T와 F :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를 사용한 성격유형 검사)의 세 번째 분류기준으로 판단기능이다.

사고형 T(Thinking) - 업무 중심 타입. 진실과 사실에 주로 관심을 가지며 '맞다, 틀리다'의 판단 선호. 이성적이고 논리적, 분석적이며 객관적으로 사실을 판단한다. 원리와 원칙을 중시한다. 논평하기를 좋아한다.

감정형 F(Feeling) - 인간관계 중심 타입. 사람과의 관계에 주로 관심을 가지며 '좋다, 나쁘다'의 판단 선호. 상황적, 포괄적이며 주변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이성보단 감정에 치우치며 의미, 영향, 도덕성을 중시한다. 우호적인 협조, 공감하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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