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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ias Feb 26. 2024

사춘기 딸과 홈베이킹(8)

손재주의 다른 쓰임 - 모루인형도 만든 사람을 닮았어!

녹차초콜릿 머핀

재료 : 박력분, 무염버터, 설탕, 계란, 우유, 베이킹파우더, 소금, 말차가루, 초콜릿

으니는 이제 손놀림이 빨라졌다. 쓕쓕 가볍게 만들어낸다.

말차가루가 아직도 남아있어 언제까지 녹색으로 작품이 나올는지 모르겠다. 녹차빛 카디건까지 입고 초록색 반죽을 하고 있는 걸 보고는 "녹차할머니, 연세가 얼마나 되셨어요?" 하면, 으니는 본인 나이에 백 살을 더해 100살 하고도 15년도 넘었네~"한다.  


우리 가족은 제각각 손재주가 있다. 손모양은 나름 아빠, 엄마를 반반 닮긴 했는데 쓰임새는 많이 다르다. 우선, 아빠는 인형을 살아나게 한다.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하면 딱이다. 디테일이 얼마나 살아있는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오죽하면 딸들이 퇴직하고 나서 제2의 직업으로 인형극을 하면 대박 나겠다 하겠는가. ㅎㅎ 희고 긴 손가락으로 인형을 요리조리 움직이며 노는 모습이 상당히 즐거워 보이는데, 본인만 모른다.


다음은 유니. 유니는 그림 그리고 만들기를 잘한다. 바이올린도 제법 켠다. 최근 고모가 준 모루인형 예뻐 우리도 모루인형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인형이 만든 사람을 닮았다. 으니는 동영상을 보고 쓱 만들고, 유니는 아예 보지도 않는다. 그냥 혼자서 조물딱거리면 완성이 되어 있다. 난 공간지각력이 부족한지 잘 안된다. ㅎㅎ

왼쪽은 으니작품, 오른쪽은 유니작품모음-병아리, 흰족제비(긴 몸톤이 안보이네ㅜㅜ), 브라키오사우르스)
유니작품 - 검은 늑대
왼쪽은 엄마작품, 오른쪽은 유니작품-카피바라(넘 못생겨서 귀여움)

으니의 손은 무형보다는 유형을 좋아해서 형체가 나오는 행동. 특히 실용성 있게 먹거나 가지고 놀 수 있는 물건 만들기를 좋아한다. 유니의 손은 꼭 가지고 놀지 못하더라 자기의 머릿속에서 새롭게 만들어내기를 즐긴다. 모루인형만 봐도, 남들과 다르게 만든다. 다음번 인형은 박쥐하고 개구리! 란다. 하지만 요리엔 영 흥미가 없다.


엄마의 손 역시 만들기를 좋아하는데 이것저것 건드려보는 걸 좋아한다. 생각해 보니 중학교 때는 지점토의 세계에 빠졌었다. 최근 10년 정도는 코바늘인형에. 고등학교 때에는 100명(반친구 모두 포함하다 보니)에 가까운 지인들에게 트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주겠다며 밤새워 카드를 만들다가 본드에 헤롱거린 위험한 순간들도 있었다. ㅎㅎㅎ 한 번은 가위에 눌려 간신히 깨어났는데 카드 만들다가 잠이 들어 상밑으로 깔려 들어가 자고 있었던...ㅋㅋㅋ  


인간의 대뇌와 신체 부위의 대응관계를 보면 다른 기관보다 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손은 뇌가 내리는 명령을 수행하는 운동기관이기도 하면서 뇌에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감각기관이다. 손을 움직이거나 손을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일 때 뇌는 활성화된다. 나의 손을 사용한다는 것은 최고 차원의 정신 기능에 자극을 준다는 의미일 것이다. 손의 쓰임새로 뇌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손 쓰기를 쉬지 않는 우리 가족은 뇌 활성화를 즐겨하니 뇌의 노화가 더디게 진행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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