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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ias Feb 24. 2024

뇌의 주인은 바로 나!(6)

안전심리(8)-우울의 긴 사슬을 끊고 나아간다

H님은 원하지는 않지만 정황상 어쩔 수 없는 부서이동을 하게 되었다. 원래는 회식을 하면 마이크를 놓지 않고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 여행을 즐기는 에너지 왕성한 H님이었다. 새로운 부서에는 비슷한 연령대가 없고 하는 일마저 혼자서 해야 했는데, 새로운 일에 대한 불안과 잘해 내야 된다는 부담이 H님을 힘들게 했다. 몇 개월 동안 자리에 혼자 처박혀서 강박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동료들과 친해질 기회를 놓쳤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외톨이인 것 같고 동료들에게 눈치가 보여 말 걸기조차 어렵다고 생각되었다. 고립감과 외로움이 점점 더 뿌리를 깊게 내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20년도 중반부터 병원을 다니게 되었다.


H님은 21년 6월에 상담실에 재내방했다. 몇 년 전의 우울은 상담을 받으며 3개월 정도의 기간만에 사라졌다. 19년도에 다시 시작된 우울은 완전히 가라앉아 병원을 찾았고 약발이 처음엔 듣는 것 같더니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리지리 한 상태가 1년 정도 지속되자 의사 선생님이 약으로는 더 이상 호전되기 힘들 것 같다며 심리상담을 받아보라고 권유했단다. 멋지게 차려입고 사진 찍기를 좋아하던 H님의 축 쳐진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예상대로 뇌파측정 결과는 최악이었다.  

알파피크(Alpha Peak) 8.04Hz에 알파비율이 1.8%였다. 몸도 마음도 H의 원래 상태를 고려해면 최악이었다. 인지적인 활동을 하기가 힘들고 마음의 여유도 바닥난 상태였다. 자연히 집중력(Concentration)도 떨어져 있어 번아웃의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Alpha Balance도 -0.27로 우울감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왔다. 

H는 회사-집 이외의 공간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것도 무섭고 여행도 못할 것 같았다. 모든 것에 자신이 없다고 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할까 봐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21년 6월부터 22년까지는 H님의 마음은 참으로 지독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스스로 안전벨트를 꽉 조여 꼼짝달싹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H님은 말했다. "허리를 얼마나 조이고 있는지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답답한데 세상이 더 무서워 풀고 밖으로 나갈 용기가 안 난다고 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될지 모르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그럼 편안해지잖아요. 그런데 전 겁쟁이라 죽지도 못해요." 

"그럼에도 상담실에 이렇게 꾸준히 오시고 계시니 H님은 자신을 사랑하는 분이세요. 변화에 대한 힘도 아직  남아 있고요. H님이 포기하지 않으시기만 한다면 이 우울에도 끝은 있어요. Key는 H님이 갖고 계시잖아요. 온몸에 채운 벨트를 풀 사람은 오직 H님뿐입니다."


H님은 상담을 받으면서 상담장면에서는 조금씩 예전으로 돌아갔다. 표정도 밝아지고 말도 점점 많아지고 목소리도 커져갔다.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무기력해졌다. 상담은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내가 아직 목소리를 잃어버리지 않았구나. 우스갯소리도 할 줄 아는구나.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긴장하지 않고 편안할 수 있구나 등) 유일한 시간이라고 하셨다. H가 지키지 못할 것을 약속을 매번 하고(하루에 한 번 동료와 차 마시기, 운동시작하기, 일주일에 한 번은 승용차로 출퇴근하기, 감사일기 등등) 약속을 못 지킨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커져가자, 나 역시 정말 힘들어졌다. 벗어나기 힘든 걸까... 중간중간 지친 적도 많았다.  


23년이 되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얼굴이 달라진 H님이 성당에 다니게 되었다.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다는 건, 에너지가 올라왔다는 증거가 아닌가?^^ 

"그동안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만 했으면 다 나았겠지요. 그런데 알면서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늘 안전벨트에 갇혀있다고 했잖아요. 이제 느슨해지긴 했어요. 아직도 우울하고 잠 못 이루는 밤도 있지만... 사람들 만나니까 뭐 별거 아니더라고요. 그 사람들은 내가 우울한 것 모를걸요" 

"H님~이제 많이 회복하셔서 하산할 때가 되신 것 같은데, 확인해 볼까요? 뇌파검사 다시 해봐요~^^" 

"좀 좋아진 것 같긴 한데, 예전하고 똑같이 나오면 싫은데... 좌절할 것 같은데..."

"아니에요, 괜찮을 거예요. 해보자니까요. 용기를 내세요~"

"좋아요! 안 좋으면 안 좋은 거죠, 뭐"    


H님! 나도 모르게 박수가 나왔다. 알파피크(Alpha Peak) 8.04Hz에서 8.19H로 조금 상승, 알파비율이 1.8%에서 11.5%로 대폭 상승했다. 집중력(Concentration) 35에서 46으로 정상으로 복귀, Alpha Balance도 -0.27에서 -0.04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스트레스 저항도(SDNN)이 80으로 높게 나온 것은 무기력한 상태를 끌어올리고자 한 의욕이 과다해진 상태로도 이해할 수 있고, H님이 원래도 섬세한 타입인데(보통 50 정도인데 H님은 평상시가 60 이상일 수 있음), 최근 마음이 설레면서 더 높아진 것으로 이야기되었다. 중요한 건, 모든 걸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결과에 더욱 의지가 폭발하셨는지 5개월 정도 지나자 이번엔 H님께서 뇌파검사 또 해보자 하신다.   

검사를 다시 하고 싶은 이유가 밝혀졌다. 

알파피크(Alpha Peak) 8.04Hz에서 8.19Hz--> 10.57Hz로 인지적 활성화가 청년처럼 좋아졌다. 알파비율은 10% 정도 유지, 집중력(Concentration) 35에서 46으로, 46에 53으로 점점 높아졌다. Alpha Balance도 -0.27에서 -0.04로 계속 유지하여 우울성향 없었다. 스트레스 저항도(SDNN)이 79로 여전히 의욕이 넘치고 있는 상태로 나왔다.  H님이 자랑을 하신다. "와, 정말 희한하네요. 확실히 더 좋아진 거죠? 지난번 검사하고 나서 뭐 더 해볼 거 없나 찾다가 낚시를 시작했거든요. 와이프랑 처음엔 다니다가 두 달 전부터는 나 혼자 다녀요. 운전하면서 갈 때 막 설레는 거예요. 목표한 놈을 잡을 생각을 하면. 손끝이 간질간질하고. 낚을 때의 기분이 막 기대된다니까요. 낚시터에서 사람도 사귀었고요. 예전 친구들 모임도 다시 나가요. 친구들하고 산에 다녀왔어요" 

 

"이제 진짜 하산해도 되시겠어요. 제가 상담을 받아야겠는데요. 이제는..."

"그래도 1달에 1번씩은 계속 올 거예요. 좋아졌다고 바로 내치시면 다시 우울해질 겁니다. 하하하"


그래서 H님을 여전히 만나고 있다. 직장에서도 새로운 길을 걷기로 용기를 내시고, 자신의 사례를 마음껏 쓰라고 허락해 주신 H님께 참으로 감사하다.^^   


*** 처음 글을 읽으시는 분들을 위한 뇌파검사 Tip!

1. Alpha  Peak : 인지기능 활성화 정도를 뜻함. 8~12Hz면 정상 수준. 높을수록 직무 효율이 좋을 수 있음.

2. Alpha파 비율 : 심신이 편안한 상태. 높을수록 회복탄력성이 높을 수 있고 긍정적이며 즐거움.

3. 집중력과 각성 수준 : 40~60이 보통. 

4. 알파발랜스(알파파 좌우뇌 치우침) : 좌뇌(-방향)에서 알파파가 많이 나오면 우울함.   

5. 감마발랜스(좌우뇌 균형) :-0.1~+0.1 사이면 좋음.

6. HRV : 심박수 변동성(HRV: Heart Rate Variability)은 하나의 심장 주기로부터 다음 심장 주기 사이의 미세한 시간 간격의 변화. 심박 간 간격이 얼마나 큰 변동성을 띄는지로 측정함.

7. SDNN(스트레스저항도) : 외부 자극(스트레스요인)에 대한 저항의 강도를 나타냄

  50이 평균이고 낮을수록 스트레스 저항도가 매우 낮아서 무기력할 수 있음

  70 이상이면 스트레스 저항도가 매우 높아서 예민할 수 있음

8. LF/HF(단기스트레스) : 단기간 받은 스트레스를 뜻함(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할 수 있음)

  50 평균이고 낮을수록 부교감신경의 활성화로 에너지 수준이 저하된 상태일 수 있음

  높을수록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불안정한 상태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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