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심리(8)-우울의 긴 사슬을 끊고 나아간다
H는 회사-집 이외의 공간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것도 무섭고 여행도 못할 것 같았다. 모든 것에 자신이 없다고 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할까 봐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21년 6월부터 22년까지는 H님의 마음은 참으로 지독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스스로 안전벨트를 꽉 조여 꼼짝달싹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H님은 말했다. "허리를 얼마나 조이고 있는지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답답한데 세상이 더 무서워 풀고 밖으로 나갈 용기가 안 난다고 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될지 모르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그럼 편안해지잖아요. 그런데 전 겁쟁이라 죽지도 못해요."
"그럼에도 상담실에 이렇게 꾸준히 오시고 계시니 H님은 자신을 사랑하는 분이세요. 변화에 대한 힘도 아직 남아 있고요. H님이 포기하지 않으시기만 한다면 이 우울에도 끝은 있어요. Key는 H님이 갖고 계시잖아요. 온몸에 채운 벨트를 풀 사람은 오직 H님뿐입니다."
H님은 상담을 받으면서 상담장면에서는 조금씩 예전으로 돌아갔다. 표정도 밝아지고 말도 점점 많아지고 목소리도 커져갔다.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무기력해졌다. 상담은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내가 아직 목소리를 잃어버리지 않았구나. 우스갯소리도 할 줄 아는구나.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긴장하지 않고 편안할 수 있구나 등) 유일한 시간이라고 하셨다. H가 지키지 못할 것을 약속을 매번 하고(하루에 한 번 동료와 차 마시기, 운동시작하기, 일주일에 한 번은 승용차로 출퇴근하기, 감사일기 등등) 약속을 못 지킨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커져가자, 나 역시 정말 힘들어졌다. 벗어나기 힘든 걸까... 중간중간 지친 적도 많았다.
23년이 되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얼굴이 달라진 H님이 성당에 다니게 되었다.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다는 건, 에너지가 올라왔다는 증거가 아닌가?^^
"그동안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만 했으면 다 나았겠지요. 그런데 알면서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늘 안전벨트에 갇혀있다고 했잖아요. 이제 느슨해지긴 했어요. 아직도 우울하고 잠 못 이루는 밤도 있지만... 사람들 만나니까 뭐 별거 아니더라고요. 그 사람들은 내가 우울한 것 모를걸요"
"H님~이제 많이 회복하셔서 하산할 때가 되신 것 같은데, 확인해 볼까요? 뇌파검사 다시 해봐요~^^"
"좀 좋아진 것 같긴 한데, 예전하고 똑같이 나오면 싫은데... 좌절할 것 같은데..."
"아니에요, 괜찮을 거예요. 해보자니까요. 용기를 내세요~"
"좋아요! 안 좋으면 안 좋은 거죠, 뭐"
H님! 나도 모르게 박수가 나왔다. 알파피크(Alpha Peak) 8.04Hz에서 8.19H로 조금 상승, 알파비율이 1.8%에서 11.5%로 대폭 상승했다. 집중력(Concentration) 35에서 46으로 정상으로 복귀, Alpha Balance도 -0.27에서 -0.04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스트레스 저항도(SDNN)이 80으로 높게 나온 것은 무기력한 상태를 끌어올리고자 한 의욕이 과다해진 상태로도 이해할 수 있고, H님이 원래도 섬세한 타입인데(보통 50 정도인데 H님은 평상시가 60 이상일 수 있음), 최근 마음이 설레면서 더 높아진 것으로 이야기되었다. 중요한 건, 모든 걸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결과에 더욱 의지가 폭발하셨는지 5개월 정도 지나자 이번엔 H님께서 뇌파검사 또 해보자 하신다.
검사를 다시 하고 싶은 이유가 밝혀졌다.
알파피크(Alpha Peak) 8.04Hz에서 8.19Hz--> 10.57Hz로 인지적 활성화가 청년처럼 좋아졌다. 알파비율은 10% 정도 유지, 집중력(Concentration) 35에서 46으로, 46에 53으로 점점 높아졌다. Alpha Balance도 -0.27에서 -0.04로 계속 유지하여 우울성향 없었다. 스트레스 저항도(SDNN)이 79로 여전히 의욕이 넘치고 있는 상태로 나왔다. H님이 자랑을 하신다. "와, 정말 희한하네요. 확실히 더 좋아진 거죠? 지난번 검사하고 나서 뭐 더 해볼 거 없나 찾다가 낚시를 시작했거든요. 와이프랑 처음엔 다니다가 두 달 전부터는 나 혼자 다녀요. 운전하면서 갈 때 막 설레는 거예요. 목표한 놈을 잡을 생각을 하면. 손끝이 간질간질하고. 낚을 때의 기분이 막 기대된다니까요. 낚시터에서 사람도 사귀었고요. 예전 친구들 모임도 다시 나가요. 친구들하고 산에 다녀왔어요"
"이제 진짜 하산해도 되시겠어요. 제가 상담을 받아야겠는데요. 이제는..."
"그래도 1달에 1번씩은 계속 올 거예요. 좋아졌다고 바로 내치시면 다시 우울해질 겁니다. 하하하"
그래서 H님을 여전히 만나고 있다. 직장에서도 새로운 길을 걷기로 용기를 내시고, 자신의 사례를 마음껏 쓰라고 허락해 주신 H님께 참으로 감사하다.^^
3. 집중력과 각성 수준 : 40~60이 보통.
4. 알파발랜스(알파파 좌우뇌 치우침) : 좌뇌(-방향)에서 알파파가 많이 나오면 우울함.
5. 감마발랜스(좌우뇌 균형) :-0.1~+0.1 사이면 좋음.
높을수록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불안정한 상태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