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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ias Feb 23. 2024

아빠와의 이별은 안녕(6)

마지막 연결

내 소임을 다했다. 드디어 나로 돌아간다. 급속도로 노화하고 있어 마음이 급해졌나 보다. 휘영청 달빛 속, 그저 외로운 그 아이, 휘를 보았을 때 오해하고 말았네. 분명  연수를 본 첫날. 네 머리 위로 떠오르는 금빛 가루를 보았는데도 한참을 기다려 학년 말이 되어서야 연결을 시도했었어. 시작은 편지로. 그런데 소정이가 훼방을 놓는 바람에 해가 바뀌어 버리고서야 연결이 되었네. 내 이번 생에 마지막 연결은 곰인형을 통해서였지. 눈이 부시지 않게 희미한 조명만 켜 놓고 오랜 기간 나랑 살았던 곰인형에 내 금빛가루를 가득 담아 네게 주었어. 곰인형이 널 휘감을 때, 네 표정을 찍어놨어야 했는데. 다 가져가더라. 나의 에너지를. 참으로 아름다운 순간이었어.

네게 완벽히 가야 할 에너지가 중간중간 휘에게 분산되었는데, 목표 대상이 아닌 다른 대상에게 한 눈을 판 적이 언제였더라. 몇 백 년은 지난듯하네. 이리 드문 일인데 어쩌다가 휘에게 분산되었을까. 혹 휘와 다른 연이 이어져 있는 걸까? 어쩌면 연수와 강력한 연이 있을 수도 있지. 아, 이젠 좀 쉬어야 해. 휘가 나로 인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곧 떠날 존재라 오랫동안 널 돌봐줄 수가 없어. 어차피 연수와 내가 연결되었으니 네가 연수랑 이어진다면 좋은데. 그래서 부탁했는데.


두 아이가 만난 이후, 휘는 내게서 떠나갔다. 원하던 바이긴 하나 나도 마음이 있는 존재라 신경이 쓰인다.  연수가 휘에 대해 물어보지만 난 그저  "휘가 나에게선 떠났다"라고만 한다. 너와는 지속되겠지? 대답이 없네. 뭐지? 만남이 별로였나? 분명 끌렸을 텐데. 연수가 오랜 마주함 끝에 입을 연다. "아마도 영원히요" 하며 배시시 웃는다.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마음이 좀 놓이네. 휘가 여자 볼 줄은 안다니까. 연수야 믿는 구석이 있지. 나도 사람 보는 눈은 있잖아. 연수. 후... 너란 녀석은.


난 이제 사라지련다. 당분간. 어떻게 시나리오를 써야 될까 머리를 써 본다. 그냥 사라져도 되는데. 이런 연수가 걸리네. 넌 뭐지? 날 그냥 라지게 못하게 하네. 묶고 있구나. 강력하게. 사랑이란 감정 모르는 건 아냐. 음... 사실 나 누군가를 사랑했다 할 수 없네. 내 임무였을 뿐. 아... 연수야. 이상해. 내가 게 한 행동, 규칙에 어긋나. 그 사회에 맞게 모범적으로 행동할 것. 절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말 것. 난 어땠지? 널 교무실로 불러 보란 듯 무릎에 앉히고 볼을 쓰다듬었어. 사실 입맞춤도 아쉬워서  많이 자제한 건데. 정신 차려야지. 나야 떠날 사람이니 어찌 되든 상관없지만 넌 이 세계에 있어야 하는데. 내가 미쳤어. 미안하구나. 휘란 녀석도 너완 상관없는데 욕심이고. 내가 멀었구나. 아직도. 이래서 계속 살아나나 봐. 완전히 없어지면 좋으련만 다시 존재하니. 증오한다, 날. 그런 내가 사랑하는 이와 연결되어 살아나니 날 또한 죽도록 사랑한다.


내가 갑자기 사라지면 네 상실의 깊이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안된다. 어떤 식으로 이별해야 하. 완벽한 이별은 아닌데, 몸만 사라질 뿐, 내 생의 불꽃은 네 속에 타오르다 네가 생을 다할 때  다시 내게 온단다. 나의 생이 완전히 끝나는 게 언젠지 나도 몰라. 어떤 존재인지도, 그저 계속 없어졌다 나타난다. 이 세상의 여러 종류 사랑을 하기도 하는데 한 사람과의 만남에 정해진 기간이 있어서 내겐 사랑은 곧 이별을 뜻해. 안녕, 내 사랑 연수야.


연수가 많이 슬퍼하지 않도록 특별한 이별을 준비해야겠다. 나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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