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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ias Feb 08. 2024

뇌의 주인은 바로 나!(3)

안전심리(6)-신입의 뇌답지 않은 이유

21년 10월 12일, 눈이 선한 P군이 웃으며 들어왔다. 눈동자가 커서인지 순해 보이고 누가 봐도 훈남인 그였다. 고민이라곤 쥐어짜 내도 나올 것 같지 않은 청년 같았다. 나는 기대에 차서 신입사원의 멋진 뇌와 설레는 마음이 드러난 결과를 기다렸다. 어라! 생각과 다른 결과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 Alpha  Peak : 인지기능 활성화 정도를 뜻함. 8~12Hz면 정상 수준. 높을수록 직무 효율이 좋을 수 있음.

* Alpha파 비율 : 심신이 편안한 상태. 높을수록 회복탄력성이 높을 수 있고 긍정적이며 즐거움.


취업준비를 열심히 해서인지 P군의 Alpha  Peak는 10.32Hz로 인지적인 활성화가 우수한 상태로 나왔으나. Alpha 비율은 다른 신입사원에 비해 낮게 나왔어요.


* HRV : 심박수 변동성(HRV: Heart Rate Variability)은 하나의 심장 주기로부터 다음 심장 주기 사이의 미세한 시간 간격의 변화. 심박 간 간격이 얼마나 큰 변동성을 띄는지로 측정함.

* SDNN(스트레스저항도) : 외부 자극(스트레스요인)에 대한 저항의 강도를 나타냄

  50이 평균이고 낮을수록 스트레스 저항도가 매우 낮아서 무기력할 수 있음

  70 이상이면 스트레스 저항도가 매우 높아서 예민할 수 있음

* LF/HF(단기스트레스) : 단기간 받은 스트레스를 뜻함(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할 수 있음)

  1.5가 평균이고 낮을수록 부교감신경의 활성화로 에너지 수준이 저하된 상태일 수 있음

  3에 가까울수록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불안정한 상태일 수 있음


신입사원의 SDNN은 보통 60 정도로 외부자극에 잘 반응하며 의욕도 충만한 상태로 나옵니다. P군의 SDNN 수치는 35.12로 회사를 20년 이상은 다닌 40대의 스트레스저항도 수준을 보여주고 있어요. 일도 사랑도 열정적으로 할 시기이건만 P군은 의욕이 없습니다. 외부의 자극에 덤덤하여 화가 나는 일도, 즐거운 일도 별로 없습니다. 단기 스트레스 또한 0.44로 에너지 수준이 저하되어 있네요. 하루의 상태가 아니라 입사 후 지속되었다고 합니다.


P군의 고민은 회사와 관련된 일이 아니었어요. 가족과 관련된 개인적인 문제였지요. 모범생이고 인정욕구가 강한 P군은 부모님의 갈등을 중학교 때부터 알아챘으나 모른 것 했습니다. 그저 착한 아들로, 세상에 내어놓아 자랑스러운 아들로 생활했습니다. 자신에게 시급한 일은 빨리 독립하는 것이었으니까요. 특히 경제적으로요. 이를 위해 최상은 아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대학을 졸업하고 무난하게 입사를 했어요. 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오자 아버지는 매일 전화를 하시기 시작했어요. 내게 무관심하던 아버지가 세상에 둘도 없는 관심을 보이면서요. 심지어는 돈까지 요구를 하시네요. 아침마다 아버지의 전화를 받으면 기분이 저하되면서 하루종일 우울 모드가 되는 거예요. 생각을 안 하려 해도 자꾸만 떠오르고 화가 납니다.


상담사 : 전화를 안 받으면 되잖아요?

P군 : 어떻게 그래요, 아버지인데... 자식으로 도리가 아니지요

상담사 :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드린다고 하면 어떨까요? 서운해하실까요?


P군은 아버지의 전화를 받지 않게 되었어요. 전화하시지 말라고, 급한 일 있을 때만 하시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나 힘들다고. 당분간 마음의 정리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P군은 자신이 외면했던 소년시절의 기억을 이야기합니다. 나쁜 건 나쁜 일로, 잘못된 건 잘못된 일로 다시 기억을 더듬어 함께 정리도 합니다. 부모고 자식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희생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니다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그 커다란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이 얼마나 많이, 자주 흘렸을까요. P군 마음속의 부정적인 감정들도 소중하게 다루게 되었네요.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들도 흘러갑니다.   


2022년 2월 23일.

상담사 : 슬슬 상담도 마무리를 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네요. 서운하지 않으면 다음번에 마지막 약속?

P군 : 저야 계속 오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도 많지요? 그렇게 해요. 마음이 편안해져서 괜찮을 것 같아요. 상담 끝나고 또 찾아와도 되죠?

상담사 : 그럼요. 이번 상담은 종결되지만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요. 자, 그럼 뇌파 검사 한 번 해볼까요? 21년 10월에 했으니까 4개월 정도 됐네요. 변화가 분명 있을 거예요. 좋은 쪽으로!^^

P군 : 떨리는데요. 제 상태가 확실히 좋아지긴 했는데... 혹시라도 안 좋게 나오면 슬플 것 같아요 ㅎㅎ


P군의 Alpha  Peak는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어서 인지적인 활성화는 양호하고, Alpha 비율이 7.3%->14.5%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내면에 힘이 생긴 결과이지 않을까요?^^

SDNN이 35.12에서 58.71로 신입사원의 평균 수준으로 변화했네요. 이제 희로애락의 감정을 다 수용하면서 스트레스 관리도 잘하고 있고요. 20대의 설레는 마음으로 되돌아갔어요. 단기 스트레스 수치도 1.92로 에너지 수준도 높아져 있네요.


상담사 : 너무 신나요, 진짜 좋아졌네요. 역시, P님은 힘이 있으세요. 이렇게 해나시다니!

P군 : 신기한데요... 감사해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게 중요했나 봐요.


P군은 더 이상 아버지의 전화를 거부하지 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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