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lias Feb 09. 2024

오늘도 첫 경험

J형 딸과 P형 엄마 : MBTI

오랜 시간 차를 탄 후, 바람을 맞으며 걸었더니 피곤했나 보다. 봐야 할 공연이 오후 7시 30분이라 저녁을 일찍 먹어 배가 부르니 잠이 확 쏟아졌다. 카페에서 더 늘어져 있고 싶은데 6시 40분인데 나가자고 한다. 가는 도중에 귀여운 부츠를 보고 멈춰 눈을 반짝인다. 매장에 들어가 보고 싶은데 유니와 남편이 저만치 가 있다. 뒤쳐질까 봐 후다닥 거리를 좁힌다.


유니 : 목적지는 있는데 시간제한은 없을 때, 내 친구는 10분 거리가 30분이 넘기도 하는데. 가다 이쁜 옷을 보면 들어가 구경하다 사기도 하고... 이해가 안 돼.

엄마 : 나도 그러는데? 정해진 시간이 있어도 여유가 있으면 딴짓하다가 시간을 보고 깜짝 놀라 뛰어간 적도 있고

유니 : 뭐? 안 되겠네. 그러니까 늦지.

엄마 : 늦은 적은 거의 없어.

유니 : 거의? 있다는 얘기잖아. 목적지가 있는 상황에서 중간에 다른 일을 한다는 것 자제가 난 불안해. 봐봐. 아까도 엄마가 부츠 보고 멈췄지? 아빠랑 난 안 멈추잖아. 그러다 늦는 거야. 충동구매도 하고...!

엄마 : 그래, 그러면서 뭔가 일도 생기고 새로운 경험도 하게 되는 거지. 아까 그림전시 하고 있는 곳도, 도자기 매장도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ㅎㅎ, 나 혼자였다면 들어갔겠지~아쉽네...

유니: 그러니까 엄마한테 이상한 일들이 생기는 거야,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느슨해 보이니까, 차비가 없다고 돈 좀 빌려달라는 사람이 있질 않나, '도를 아세요?'에 낚여 따라가질 않나...

엄마: 낚인 게 아니라니까. 궁금해서 알아보려 간 거지. 덕분에 재밌었다고. 남는 시간들엔 내 마음대로 하면 되지. 맨날 계획된 일만 하면 재미가 없는데.

유니: 위험하다고. 엄마는 언제 철이 들까?

엄마 : 뭐가 위험해?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는데!^^


MBTI 교육을 할 때 "P형이 왜 P인지 아세요?"라는 질문을 즐기곤 합니다.

"인생에서 피를 봐서 P랍니다. P들은 일을 하면서 과정이 즐겁고 의미가 있으면 결과에 그리 연연하지 않아요. 중간에 딴 데로 가는 경우도 많고요. J입장에서 보면 조~금 모자라지요 ㅎㅎ 100% 노력해 놓고 70% 결과에 만족하는 P를 보면서요. 또 본인이 씨를 뿌려놓고 열매가 맺기 전에 다른 씨를 뿌리러 떠나다니요? P가 뿌려놓은 밭에 열매가 열리면 버려지는 게 아까와 J 가 수확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버려지는 게 없네요. J와 P가 함께 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전형적인 P형입니다. 유니는 J형이고요.

많은 시간과 다양한 상황에서 저는 기질적으로 우세한 P성향을 쓰지만, 그렇다고 24시간 내내 P로 살면서 인생에서 피만을 보진 않는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스스로 깜짝 놀랄 정도로 J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너무 자유로우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까요. P성향이 아무리 진하더라고 내 행동의 결과에는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또 혼자일 때랑 다르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는 J 성향을 많이 쓸 수밖에 없어요. 대신 무지 피곤합니다.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은 J성향(특히 계획적인)을 쓰고 있으니까요. 그럴 땐 스스로 칭찬도 하고 위로도 합니다. '참, 애쓴다. 잘하고 있어'라고요. 또 이런 시간들이 나와 다른 J형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니 일석이조입니다.        


유니가 보기에 엄마는 많은 일을 벌인다. 그중에 지속적으로 이어지거나 성과가 있는 비율은 20% 정도?

유니의 입장에선 엄마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다닌다. 내 입장에선 그런 쓸데없는 일들이 즐거움을 주고 에너지를 주기에 아주 쓸모 있는 일이다. 아주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하게 된다. 계획대로 움직였다면 절대 마주하지 못했을 경험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설렌다. 어떤 첫 경험을 만나게 될까?


참! 제가 P형을 사랑하며 유지할 수 있는 건, 바로 남편도 J 형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남편이 저처럼 강한 P형이라면, 저는 어쩔 수 없이 J로 살아가야 했을 거예요.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요. 갑자기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넘쳐나기 시작합니다! ^^  


* J와 P : MBTI에서 기본적으로 외부 세상과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에 대한 행동 양식을 보여주는 지표.  

 - 판단형(J) : 상대적으로 더 체계적이다 / 목적의식을 갖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 더 계획적이다 /

   인식형(P)이 봤을 때 갑갑하고 숨 막히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 인식형(P) : 체계적인 세밀한 계획보다는 자율적인 방법을 추구한다 / 결론보다 과정을 즐기는 쪽이다/

   자료 조사를 먼저 해야 계획을 짤 수 있다고 생각한다 / J가 볼 때 게으르거나 답답해 보일 수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뇌의 주인은 바로 나!(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