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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ias Feb 07. 2024

사춘기 딸과 홈베이킹(4)

마들렌의 변신

녹차 마들렌

재료 :  박력분, 설탕, 버터, 베이킹소다, 계란, 말차가루, 초코칩, 색깔초콜릿

머핀틀에 있지만 속은 마들렌~

엄마 : 마들렌 만들었다며?

으니 : 만들었잖아?

엄마 : 어디?

으니 : 여기...

엄마 : 에~이건 머핀인데?

으니 : 아냐, 마들렌이야. 마들렌이 꼭 마들렌 모양이어야 되나? 맛은 기가 막히다고! 편견을 버려. 마들렌이 꼭 조개모양이어야 된다는 규칙이라도 있는 거야?(사실은 마들렌 틀이 없어서... 빨리 사자, 도구!)


* 마들렌 : 프랑스가 원산지인 과자로, 카스텔라와 비슷한 맛이 난다. 기본적으로는 조개 모양의 틀로 조개 모양으로 굽지만, 사용한 모양틀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 진짜 편견이었네~여러 형태로 만들어도 되네. 마들렌은 조개모양뿐이 보지 못해서 말이지...^^

나는 머핀 모양의 마들렌입니다~

아빠 : 사진 찍어 놓았어?

으니 : 아, 맞다! 머랭쿠키 안 찍었다.

아빠 : 뭘 만들었는지 알려면 사진을 찍어 놓아 야지.


우리 부부는 집에서 음주를 즐기는 편이다. 시장을 볼 때 주된 목적이 술인 경우도 있다. ㅎㅎ 와인은 남편이 인터넷으로 사기도 하고, 홈***에서 함께 살 때도 있다. 와인 매장을 어슬렁거리다 내가 흥분해서 말한다.


엄마 : 어! 이 와인 처음 보는 건데, 그림 예쁘다. 우리,

 안 마셔봤지? 당장 사자?

남편 : (한심한 눈으로 나를 처다 보며) 어제 마셨잖아?


남편은 새로운 와인을 마시기 전엔 늘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인가? 나만 기억 못 하는 것이! ㅎㅎ

그래! 우리도 사진을 성실하게 남게 놓자.

그런데 와인은 같은 것을 사면 되지만, 문제는 빵은 사진만 보고서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면 빵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 그래서 인터넷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빵을 만들 수 있도록 재료와 방법을 간단하게라도 적어 놓기로 했다. 갑자기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이왕 적어 놓을 건데, 아예 책으로 만들어볼까?


엄마 : 으니야, 우리 빵 만드는 거 책으로 내 볼까?

으니 : 응? 만들 수 있을까? 전문가도 아닌데.

엄마 : 빵이 주목적은 아니니까. 그냥 우리가 즐겁게 만드는 과정을 남기는 거야.

으니 : 하긴~사춘기 딸과 함께 만드는 홈 베이킹! 이런 느낌 좋은데~

엄마 : 그지?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우리는 이렇게 논다~하는 거지.

으니 : 내가 보통의 중2 딸은 아니잖아? 그런데 이 책 보고 엄마들이 딸한테 홈 베이킹하자고 하면 어쩌지? 애들이 싫어할 텐데…

엄마 : 그건 베스트셀러나 된 후에 걱정해~ 걱정할 필요는 없을걸~많이 보지도 않을 텐데. ㅎㅎ 그리고 우리는 홈 베이킹이 좋으니까 한 것이고 다른 집은 본인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 되지. 빵 만들기는 좋은 시간을 공유하는 하나의 예일 뿐이고. 언니 하고는 으니가 태어나기 전에 엄마랑 둘만의 시간이 많았잖아. 은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언니가 옆에 있으니까 엄마랑만 보낸 시간이 별로 없었어. 언니는 고등학생이라 집에 별로 없고… 지금처럼 우리 둘이 보내는 시간이 언제 또 오겠어? 이것을 남기자고.

으니 : 맞아, 그래서 언니는 어록이 많잖아. 나는 하나도 없어. 내가 어렸을 때 어떤 말을 했어? 물어보면 “너? 너는 특별한 말이 없었는데.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했지”. 이런 말만 하더라.

엄마 : 언니는 좀 독특했잖아? ㅋㅋ 책 만들면서 으니 어록도 생길 것 같은데?

으니 : 그러게~ 재미있을 것 같아. 그럼 우리, 베이킹 재료나 도구 좀 더 살까? 말차가루가 남았긴 한데 계속 푸른색만 만드니 좀 재미가 덜 하잖아~


재미는 덜 하지만 틀이 없으니 머핀모양의 마들렌이 나올 수 있었다. 넘치면 넘쳤지 물질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요즘, 약간의 부족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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