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착한님은 '성격이 좋은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다. 어지간해서는 화를 내지 않고 부탁도 잘 들어준다. 사람들은 그를 타고나기를 착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저 사람이 화를 낼 일이 있을까? 화를 내면 어떻게 변할까? 궁금해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상사와 다투었다. 상사에게 깨진 것이 아니라 맞붙은 것이다. 평소라면 충분히 넘어갔을 수위의 대화였는데 어쩐지 참을 수가 없었다. 바로 마음의 소리가 나와버린 것이다. 상사의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하기도 화가 나기도 하여 더욱 밀어붙였고, 반착한님도 지지 않고 말꼬리를 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자신의 다른 모습에 놀란 반착함님은 그날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자신이 소신에 어긋나는 부분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시한 것은 후회하지 않지만 표현방식이 너무나 거칠었다. 필요이상으로 상대의 비위를 거슬리게 하여 상황을 최고치로 악화시켰다.
다음날 뇌파검사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 처음 글을 읽으시는 분들을 위한 뇌파검사 Tip!
1. 집중력과 각성 수준 : 40~60이 보통.
2. 알파발랜스(알파파 좌우뇌 치우침) : 좌뇌(-방향)에서 알파파가 많이 나오면 우울함.
3. 감마발랜스(좌우뇌 균형) :-0.1~+0.1 사이면 균형 잡힌 상태임.
4. SDNN(스트레스저항도) : 외부 자극(스트레스요인)에 대한 저항의 강도를 나타냄.
50이 평균이고 낮을수록 스트레스 저항도가 매우 낮아서 무기력할 수 있음
70 이상이면 스트레스 저항도가 매우 높아서 예민할 수 있음.
반착한님의 평소 결과와 다른 부분은 Alpha Balance였다. 보통 -0.1~+0.1 사이를 왔다 갔다 했고 -0.22가 나온 것은 몇 년 전 상태가 안 좋았을 때와 이번, 딱 두 번이었다. 지난번에도 분노가 극에 오르자 Alpha Balance가 흔들렸었다. 분노를 적절히 표출하여 해결하지 못하자 우울로 변신한 것이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참고 참았던 화가 뚫고 올라와 상사와 적절치 않은 의사소통을 하게 된 것이다. 마음속엔 1달 정도 지속된 화가 우울로 위장하여 자리 잡고 있는 상태로 말이다. 상사와의 불편한 상태는 지속되고 본인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현 상황에 무력해져만 가는 자신이 싫어져만 갔다. 그러다 차사고를 내었다. 가만히 주차되어 있는 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혼돈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서인지 몰라도 눈앞이 선명히 보이지 않았다. 현실의 공간에 있다기보다는 뇌 속에 갇힌 것 같았다. 그다음 날의 검사결과가 아래에 있다.
Alpha Balance가 -0.57에 Gamma Balance도 -0.53이었다. 뇌의 균형이 일시적으로 깨졌다. 게다가 SDNN도 40점대에서 84로 급격히 올라갔다. 집중력도 31로 많이 저조했다. 이런 상태는 위험했다. 언제 돌발 행동이 나올지 몰랐다. 반착한님의 마음이 아수라장이었다. 당장 변화를 위한 무엇인가를 해야만 했다. 전에도 한 번 써봤던 방식이 효과적이었기에 이번에도 급히 시작했다. 그건 바로 감사일기.
열흘이 지나서 효과검증을 위해 검사를 해봤다.
다행히 반착한님께 우울한 뇌를 달래는 처방은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었다. Alpha Balance가 -0.57에서 -0.13으로 나와서 본래 수준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집중력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스트레스 저항도는 더 높아졌다. 뇌는 감사일기에 속았지만(?) 심장은 속지 않았나 보다. 몸은 여전히 화가 나 예민해져 있었다. 이 상태로는 충동적인 행동으로 후회할 일이 생기기 쉬우니 계속 감사일기를 써 보기로 했다. 일주일이 흘렀다.
SDNN를 제외하고는 다른 검사치들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Gamma Balnce가 -0.28로 좌뇌 활성화가 평소보다는 높게 나와서 회복을 위해 이성적으로 생각하고자 하는 자신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처음엔 억지로 한 감사일기지만 쓰다 보면 실제로 감사한 일들이 너무나 많아서 진실로 즐거워진 것이다. 평소 감정적인 반착한님의 Alpha Balance는 스트레스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면 빨리 회복되는 패턴을 보였다.
SDNN이 더디게 회복되었다. 4개월 정도 지나서야 원래의 45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뇌는 이성적으로 긍정적 사고를 통해서 3주 만에 회복되었지만, 심장의 변화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반착한님은 착하다는 것이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누르고 얻은 평판임을 인정했다. 감정을 누른 이유는 타인에게 미움받는 게 싫어서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스스로에게 미움을 받게 되었다. 한때 인기를 휩쓴 책 제목처럼 미움받을 용기가 있어야 자신이 건강할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사람은 생각만으로도 뇌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체험하고 아무렇게나 습관적으로 사고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왕이면 에너지를 조금 더 써서 긍정적 사고로 마무리하리라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