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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ias Mar 05. 2024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

난 누구지? - MBTI(2)

그는 어디 가나 튀었다. 회사에서도, 교회에서도, 봉사활동을 가서도, 슈퍼에서도 그는 눈에 띄었다. 그의 몸짓은 연결되지 않고 삐거덕거리고 행동도 목소리도 과장된 느낌을 주었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처럼 시선도 갸우뚱했다.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그는 쉴 새 없이 말하고 움직였다. 심지어 가족들조차 그와 함께 다니는 것이 부담스럽고 창피했다.


그는 바로 나대남! 사람들 눈에 띄고 싶었다. 나대남 님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는 다 자기처럼 하고 싶은데 차마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겁쟁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용기가 있는 사람이고. 사람들이 나더러 '왜 저래, 관종 아냐? 하며 뒷말을 하겠지만 사실은 부러운 거다. 난 이제 겁쟁이들의 눈치를 보니 않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살 거다. 주눅 들어서 샌님처럼 산 젊은 시절이 너무 억울하니까. 누구보다 화려하고 멋지게 살고 싶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내가 되고 싶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았다.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한국에 있을 인물이 아닌데 너무 열악한 환경에 장기간 있다 보니 위축되고 눈치만 보는 소년으로, 청년으로 자라났다고 억울해했다. 입사하여 경제적인 압박에서 어느 정도 풀려나자 자신이 꿈꾸었던 삶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외국에서 살게 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에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때와 장소, 사람을 가리지 않고 영어로 말을 했다. 뮤지컬에 관심이 생기자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노래연습을 했다. 사람들은 처음엔 황당해하며 그를 신기해했지만 점점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 감당하기 힘든 에너지와 같이 다니면 부끄러운 정도가 도를 지나쳤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의 감정이 하루에도 왔다 갔다 종잡을 수 없고 반응이 예측불가하니 그와 있으면 덩달이 불안해졌다. 그는 일터에서, 집에서 점점 고립되었다.

 

나대남 님의 2019년 MBTI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E형(외향형)만이 확실한 선호를 보이고 나머지 분류에서는 선호경향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중용의 덕을 갖추어 양쪽 선호성 모두 뛰어나면 좋으련만(물론 그런 분도 존재한다^^), 대개 점수가 낮은 경우에는 선호성의 반대 양극 간의 긴장을 반영하거나 선호가 불분명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

나대남 님은 16가지 유형 중 E가 들어간 유형의 모습을 다 보이고 있었으니, 아래 표에서 3,4행 8 유형의 모습을 다 보이고 있었다. 그는 부러운 사람이 참 많았다. 멋진 사람을 보면 바로 사랑에 빠지듯 그 사람을 동일시하기 시작했다. 자신에 대한 탐색과 방향성을 찾기 전에 타인의 삶을 동경하며 따라가기 바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개성은 사라지고 혼란스러운 모습만 남게 되었다. 의미 없이 부산하고 공허한 바쁜 생활들. 본인조차 자신이 누구인지, 이제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게 되었다,   


나대남 님의 유년기는 참으로 권태롭고 외로웠다. 그 수줍고 약한 소년이 자라서 일을 하게 되고 가정도 꾸리게 된 노력과 인내에 박수를 쳐 주었다. 그리고 끝내 속에서 넘치던 에너지가 분출하여 가능한 모든 영역에 도전한 용기에도 찬사를 보낸다. 이제는 겉으로 돌지만 말고 내게 집중하여 진정한 나를 만나볼 시간이 왔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우선 활동을 줄이고 한 번에 한 가지만 하기로, 하루에 한 번씩 30분 정도 조용히 자신을 살펴볼 것, 다른 사람들의 말을 먼저 들을 것 등의 약속을 했다. 중요한 것은 나대남 님의 비밀스러운 스토리가 더 이상 혼자만의 비밀이 아닌 것이 되면서, 조금은 홀가분한 느낌... 껍데기를 벗고 나온 새로운 몸이 되었다는 것이다.  


24년도 50살을 코앞에 둔 나대남 님의 MBTI 결과는 그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음을 보여준다.

나대남 님은 ENFP! 였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외향적이고 솔직하며 개방적인 성격이 참 잘 맞는다(몇 년간 많이 지나치긴 했다 ㅎㅎ) 여러 유형을 경험하는 것도 다른 유형에 비해 쉽다. 활기차고 낙관적인 태도로 삶을 대하며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돋보이곤 한다(이 부분도 많이 오버했었다 ㅎㅎ). 하지만 보이는 인생처럼 즐거움만을 좇는 사람이 아니다. 나대남 님께 정말로 중요한 다른 사람과 감정적으로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일이 그동안 빠져있었던 것이다. 그는 아직도 외롭고 공허하긴 하다. 이런 감정은 완전히 사라지진 못할 것이다. 그래도 내가 누구인지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나대남 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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