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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ias Mar 04. 2024

아빠와의 이별은 안녕(9)

그녀와 잠깐 안녕

그녀에게 간다. 꿈과 현실이 만나는 걸까.

10층 109호. 환자의 이름이 없는데...아무도. 잘못 알았나? 맞는데...들어가 보자.


누군가 침대발치에 앉아있다. 그녀다. 머리카락이 반은 줄어들고 희게 변했지만 그녀가 틀림없다. 지난 밤 보았을 때는 정면으로 날 보고 있었는데. 지금은 돌아서있다.

'저...왔어요'

그녀가 돌아본다.

'왔구나'

그녀가 너무 희미하다. 한 발자국 다가갈 때마다 더 희미해져가는 것 같다. 그녀에게 닿으면 사라지는 게 아닐까 염려되어 거리를 더 이상 좁히지 못한다. 두렵다.

'이리 오렴, 내 달님. 보고싶었어'

그녀가 양팔을 벌린다. 해맑게 웃는다.

그녀를 한가득 품어 안는다. 이리 작았던가.

'미안해, 내가 이래서. 너와 오래 함께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정해져있어. 처음 교실에 들어갔을때 알아봤는데, 중간에 휘에게 에너지를 쓰는 바람에. 너와 늦게 연결되었어. 이별이 너무 빨리 와버렸네.'

그녀가 운다. 눈물에 그녀의 몸이 씻기며 조금씩 날아간다. 나도 운다. 눈물에 그녀의 몸이 다시 채워진다. 그녀가 꿈에서 내게 보여줬던 장면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녀가 사라질까봐 눈물이 더 이상 안나올까봐 무섭다. 두 시간이 넘도록 우리는 서로를 품에 안은 채 소리없이 운다. 그녀가 내게로 온전히 왔다.

'되었네. 이제 좀 쉬러 갈게. 잠깐 안녕하자'

'그래요, 되었어요. 이제 쉬어요. 잠깐만 안녕'

그녀가 금빛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지다 내게로 온다. 내 가슴으로 모여든다. 구멍이 사라졌다,

  

 

이제, 난 누구지? 그녀인가, 나인가? 휘는 그녀를, 나를 떠나지 못하고 있구나. 바보같이. 자신을 파괴하면 끝인줄 아나보네. 네가 파괴되면 그 아픔이 네게도 느껴지는데. 약속했잖아. 한번의 만남으로 영원한 그리움의 대상이 되기로. 휘야, 네가 망가지도록 두지 않을거야. 만나지 않아도 다 느껴지는데. 아! 소정이랑 같이 있네. 아주 가까이. 소정이...진짜로 사랑하고 있구나, 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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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여기까지가 아빠께 들려드리고 싶은 연수의 첫사랑 이야기에요. 눈치채셨지요? '연수'는 아빠가 가져온 제 새로운 이름 중 하나였어요. '혜진'과 '연수'. 전 '연수'가 훨씬 좋았는데 아빤 '혜진'이 좋다고 하셨어요.  '연수'는 끝없는 수련을 해야 되는 구도자의 길이라 제가 고생할지도 모르니 안된다며. 아빠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저는 아빠가 좋아하는 이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사랑스런 별 '혜진'으로. 그래서 이번엔 제가 좋아하는 연수가 주인공이 된거에요. 연수의 첫사랑은 그 후 사랑의 기준이 되네요. 어떤 사랑을 해도 충분하지 않고 죄책감을 느끼게 된 거에요. 연수에게 있어 '사랑'은 그녀와의 사랑 정도를 의미해요. 절대 그녀와의 사랑은 끝나지 않지요. 그녀가 남기고 간 금빛 가루 덕분에 연수에게는 또 다른 삶이 시작되요. 앞으로 들려드릴 이야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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