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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ias May 16. 2024

잘 그린 그림은?

나와, 타인과의 소통

미술학원 원장님에겐 올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작은 개인전시회를 여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많이 바쁘시다. 흥미로운 일은 진도가 들쭉날쭉하다는 것인데, 그림이 완성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지워져 있거나 바뀌기도 하고 한동안 머물러 있다가 갑자기 쑝~새로운 장면이 나타나기도 한다.


수채화를 배우고 있을 땐 몰랐는데 아크릴화를 배우기 시작하니 원장선생님의 마음이 조금은 느껴지는 착각이 든다. 수채화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처음 그리는 그림이 어찌 마음에 쏙 들 수가 있겠는가?ㅎㅎ) 고치는 데 한계가 많아서 마음을 가다듬고 계속 그려나가는 수밖에 없었는데, 아크릴화는 달랐다. 이상하면 마르고 나서 다시 그리면 되지 않는가? 붓질 자체도 뭔지 모르지만 잘못되면 다시 하면 되지 하면서 마음이 편해졌었다. 그. 러. 나 시간이 가면서 거꾸로 마음은 불편해져만 갔는데 불만족이 한도 끝도 없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학원에 가서 그리니 진도가 빠를 수는 없지만 어느새 세 달 가까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계속 고치고 고치고... 원장님께서 "연습 삼아 이것저것 해보게요~" 하시며 첨엔 느릴 수밖에 없다. 이것도 빠른 것이다며 용기를 주셨다. 결국 아쉬움을 뒤로하고 첫 아크릴화를 마무리했다.

 

"하루사이 원장님 그림이 사라졌네요. 여기 있던 남자아이...."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아 없애버렸어요... 그런데 선생님~잘 그린 그림은 뭘까요?"

"글쎄요, 원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요?"

"전에야 실물과 똑같이 그리면 되었고~한때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면 되었고~어떤 세상인가에 따라 그림에 대한 평가의 기준이 달라지잖아요. 잘은 모르지만 저는 자기 마음에 들면 잘 그린 그림이 아닌 가 싶어요. 내가 봐서 마음에 들면 됐지요"

"저도 원장님 의견에 동의해요. 대회에 나가는 경우면 좀 다르겠지만... 참! 그런데요. 그림을 상담실에 걸어놓으니 나름 재밌더라고요. 사람들의 시선이 참으로 색다르고 그냥 모방해서 그렸을 뿐인데도 자신들 마음을 투영해서 말씀을 하시는 것이. 사람들은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든 드러내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을 통해서건, 음악을 통해서건~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어떤 매개체라도 마음의 연결고리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 되고 있어요."

<첫 아크릴화>

유니 : 이거 이거 안 되겠구먼, 거리에서 무슨 짓이람?(누가 유교걸 아니랄까 봐~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남편 : 미술 배우러 간다더니 바람을 피우고 있네~(이 여자 나 아닌데~이 남자가 남편이라면?)

내담자 1 : 얼굴이 안보였으면 좋았을 텐데... 입을 맞출 수가 없잖아요. 우산 속에 얼굴이 다 가려져 있으면 마음껏 상상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과장님, 외로운 신가 봅니다ㅎㅎ)

내담자 2 : 둘이 서로 의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내가 있으니 괜찮다라며..


< 첫 수채화 >  

내담자 3 : 벚꽃을 보려면 고개를 들어 여기를 봐야 되는데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네요. 꽃이 예쁜데 어디를 보고 있는 걸까요?  

나 : 원래 가까운 곳은 보기 힘들잖아요.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우리는 어찌하여 옆에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기보다는 먼 곳을 그리워할까요? 멀리서 보면 추한 것은 잘 알 안 보여서 그럴까요?(원래 아무 생각도 없었으나 이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내담자 3 : 그런 생각까지 하면서 그리신 거예요? 역시~

나 : 그럼요~다 생각이 있었지요~^^(모방작인데 그럴 리가요~원장님이 그리라 해서 그런 건데....ㅎㅎ)

대담자 4 : 여기 오토바이만 없으면 딱인데. 아예 없으면 더욱 편안하고 자연친화적인데...

나 : 지금 보니 어울리지 않네요... 차라리 자전거였으면 좋았는데~

내담자 4 : 맞아요, 자전거라면 왠지 자유로운 느낌이 들어요. 오토바이는 시끄럽고 타기도 힘들고, 자전거라면 여유 있게 여기저기 휘리릭 다닐 수 있지요.  


"그러고 보니 제게 있어 잘 그린 그림은, 

그리면서 

나 자신과 이야기하는 그림, 

그리고 그려졌을 땐 사람들과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그림인 것 같네요"


이제는 모방작이 아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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