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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라이크 Mar 21. 2020

당신은 관계를 잘 맺고 있습니까?

좋은 인간관계란

어제, 마지막 심리상담을 마쳤다.

안부로 시작된 이야기는 지난 글의 주인공인 절교 후 만난 오래된 동창 이야기까지 흘러갔다. 최근에 소원해진 사무실 사람과의 이야기까지 주저리주저리 하다, 내가 브런치에 나를 '관계 불능자'라고 정의했던 글이 문득 떠올랐다.


"왜 그렇게 생각해요? 뉴아씨가 불편했던 사람과 관계가 끝나서 속이 후련하지 않나요?"

"네, 미련이 없어요."

"그럼 인간관계를 잘 맺고 있는 게 아닌가요? 뉴아씨가 생각하는 관계를 잘 맺는 법은 무엇이죠?"

"저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가 봐요."


예전 글에도 적었듯이, 만인의 친구가 되고 싶었다. 10명 중 단 한 명도 나를 싫어하지 않길 바라며,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었다. 나를 불편하게 해도, 그 관계가 나의 마음을 갉아먹어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집중하며.

그 관계들이 마치 나를 증명해주는 것처럼. '관계' 그 자체에 집착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보다 더 소중한 것이 생기면, 그 상황을 참지 못하고 그 사람과의 관계마저 정리해버렸다.


그러니까 나는 이 관계의 중심인 나를 믿지 못한 것이다. 아무도 나를 좋아해 주지 않아도, 절대 배신하지 않을 '내'가 있는데. 나를 사랑해줄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며 내 기대만큼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지 않으면 이 사람도 아닌가 보다 하며 떠났다.


"뉴아씨가 생각하는 좋은 관계, 뉴아씨에게 필요한 관계를 정리해봐요. 학교 한 반에 있는 30명 학생이 모두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잖아요."

"맞아요."

"그 선생님의 단호한 면 때문에, 내가 그 선생님을 좋아하지만, 뉴아씨는 그 면 때문에 선생님이 죽도록 싫을 수도 있죠?"

"맞아요."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관계는 다 달라요. 뉴아씨에게 편안함을 주는 진짜로 기댈 수 있는 관계는 어떤 건가요? 정답은 없어요. 그러니 자신을 '관계 불능자'이런 식으로 정의하지 말아요. 그건 자기를 더 갉아먹는 일이에요."


내가 원하는 관계. 나는 도대체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 걸까. 그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남았다.

나를 믿어주는 일. 모든 관계가 사라지고 무너져도 나 자신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이 없는 상태로 다시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또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릴 거라는 걸 이제는 안다. 누군가와 합을 맞출 단계가 된 '프리마돈나'처럼 나도 단단하고 멋진 마음의 근육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만날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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