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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라이크 Apr 10. 2020

죽음의 무게

얼마큼 언제까지

내 인생의 첫 장례식장은 외삼촌의 장례식이었다. 새벽 내내 엄마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학교에 갈 시간이 되었지만 엄마와 아빠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빠는 우리를 데리러 왔다. 

"외삼촌이 세상을 떠났어."

삼촌을 자주 보지는 못했다. 사춘기를 심하게 타는 나는 그 당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너무도 싫었다. 장례식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있었다. TV나 소설 속에서 본 장례식장은 우울하고 암담했는데, 시끌벅적 가끔 웃음소리도 나는 이곳이 어려웠다. 


"너무 슬퍼하면 귀신이 이승을 떠나지 못한대."

어딘가에서 들은 적 있는 말을 동생한테 말했다. 그때 가까운 친인척이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삼촌이 어디엔가 살아 있을 것만 같았다. 언젠가 전화를 하면 전화기 저편에서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삼촌이 "우리 조카."라고 대답을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런 삼촌이 이제는 없다고 했다.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간 장례식장은 어릴 적 동네에서 나를 많이 예뻐해 주던 (이웃) 이모였다. 아주 작은 화성의 장례식장은 거미줄이 가득했고, 이번에야 말로 내가 소설 속에서 내내 보았던 아무도 없고 조용한 장례식장이었다. 죽음 앞에서 웃고 떠드는 것이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도 없는 조용한 장례식장은 더 별로였다. 이모 장례식장 옆에는 이름도 없는 외국인의 장례식이 아무도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인데, 가족도 연고도 없어요. 회사에서 상만 치러주는 것 같더라고요."

내가 죽으면 세계가 끝난 다지만, 나의 마지막을 배웅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그 장례식장 앞에 한참을 서 있다 그 이야기로 소설을 썼었다. 하지만 아주 어렴풋이 기억만 남았다. 


"관도 가볍고, 죽은 사람도 가벼운데. 왜 항상 운구는 무거울까."

오늘 상을 치르고 계신 선생님이 말하셨다. 

"8명이 나눠드는데도 매번 무거워. 죽음의 무게인 걸까."

나이를 먹을수록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내 곁에서 사라지는 순간들을 생각만 해도, 목울대가 움찔거린다. 눈물을 겨우 참고 나면,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나의 죽음이 다가왔을 때, 나의 마지막을 배웅해줄 8명은 있을까. 내 죽음의 무게를 나눠 들어줄 사람들은 있을까. 


요즘 세상에서 내가 잠깐 사라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세상에서 내 맘 같은 일은 없고 그렇다고 다른 맘을 먹기에 나는 이미 지쳐버렸다. 아주 잠시만 이 세상이 멈춰버렸으면, 잠시 다른 세계로 다녀올 때까지 시계가 멈췄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마다, 이 세상을 버티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추모한다. 그런 생각의 무게로 죽음을 밀어내고 있는 우리가 장하고 대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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