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콩마음 Mar 28. 2024

붕어빵 부부

남편과 저녁 산책을 했다.

최근 들어 아파트 헬스장에 가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동네산책을 한다.

봄이라 그런지 갇힌 공간보다는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동네 산책길에 마음이 더 쏠린다.


빠른 걸음으로 앞만 보고 걸어가는 내가 잠시 멈춰서는 순간이 있다.

오리가족들과 중대백로를 만나는 장소이다.

희귀한 광경도 아니고 산책을 하면 늘 만나게 되는 모습인데도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보고 있노라면 미소가 지어진다. 사냥한 물고기를 꿀꺽 삼키는 중대백로를 보게 되는 날엔, 횡재라도 한 듯 두 손을 모으고 바라보게 된다.


봄이다.

개나리꽃도 피었고 나뭇가지에 파릇한 새싹들도 나와 있다. 봉오리 진 꽃을 보게 되면 내일은 피려나 하고 간섭도 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반환점을 돌아 다시 우리 동네로 접어들었다.

봄은 곳곳에 뿌려져 있지만 아직은 쌀쌀한 저녁이다.

따뜻함이 그리웠던 우리는 붕어빵이 생각나, 산책길을 빠져나와 상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퇴근하신 건 아닐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가까이 가니 다행히도 아직 영업 중이다.

부부가 함께 하는 이 가게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붕어빵 리어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붕어빵 가게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의 출입문 옆에 사각모양의 구멍을 뚫어 안 쪽에서는 붕어빵을 굽고 바깥쪽에서는 주문과 계산을 하는, 그러니까 반만 아이스크림 가게에 걸쳐있는 듯한 특이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낮 혹은 따뜻한 날 저녁이면 사장님께서 붕어빵을 구우셨는데, 오늘은 사모님께서 굽고 계셨다.

춥게 느껴지는 날씨에 사장님께서 사모님을 배려하신 것 같아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따뜻한 실내에서 붕어빵을 굽는 아내, 쌀쌀한 날씨지만 바깥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남편, 아름다운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다.

"세 개 천 원입니다. 몇 개 드릴까요?" 언제나 사장님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네, 세 개 주세요."라고 말하자마자 붕어빵을 좋아하는 남편이 "아니요, 두 봉지 주세요. 여섯 개요!"라고 신나서 얘기한다. 좀 많을 것 같다고 얘기하려는데 선수 친 사장님이 "여기 뜨끈뜨끈한 붕어빵 두 봉지 얼른 싸 주세요, 사모님 마음 바뀌시기 전에요~"라고 활짝 웃으며 아내분께 얘기한다. 아내분은 "네 바로 나갑니다~"하며 나를 보고 웃으신다.

이 부부를 어쩌란 말인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푹 빠져 나 역시 그들을 향해 웃어본다.

재치 있는 친절함에 사랑스럽기까지 한 이 부부의 모습은 붕어빵이다. 서로를 닮은 붕어빵.


운동 후 붕어빵이라니 왠지 폭망 한 기분이 들었지만, 또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그들의 선한 영향력 때문이리라.

저녁의 서늘한 기운이 조금 더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나의 마음이 요랬다 조랬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춘기-부모도 자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