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친구들과의 저녁모임에서 나는 확신에 찬 다짐을 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다음번 모임에는 3kg이 빠진 모습으로 나타나리라고, 이번에는 반드시 그러하리라고.
그리고 며칠 후 나는 수술대 위에 몸을 누였다.
9년 전 나는 자궁근종 수술을 받았다. 당시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근종 사이즈도 크고 개수도 많다고 들은 터라 수술 후 당연히 2~3kg은 빠지겠지라는 야무진 생각을 했더랬다. 당시에도 올해의 이 멤버들과 함께 식사를 했고 날씬한 몸매로 돌아오겠노라 파이팅을 외쳤었다. 하지만 퇴원 후 체중 변화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9년이 흘렀다.
여러 가지 이슈가 발생하여 의사 선생님과 상의 끝에 자궁적출 수술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근종만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들어내는 수술이니 왠지 예전과는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 이번엔 무조건 3kg 감량이다! 친구들과 인사를 하면서 난 또 그렇게 파이팅을 외쳤다.
수술은 잘 끝났다.
수술 후 나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대로 틈만 나면 병실 복도를 걸으며 빠른 회복을 위한 노력을 했다. 퇴원수속을 끝내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날, 나는 짐정리를 하는 남편을 뒤로하고 체중계 위에 올라섰다.
두구두구두구~
"으악!"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믿을 수가 없어 나는 다시 한번 더 체중계 위로 올라섰다.
"아... 말도 안 돼."
실패, 그것도 대실패였다.
무려 6.5kg이 늘어나 있는 것이 아닌가.
남편도 보더니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병원에서 끼니마다 나온 식사도, 입맛이 없어 남편과 나눠 먹거나 반이상 남긴 적이 많았는데 며칠사이에 이렇게 늘 수가 있는 건지..
퇴원 당일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다음날 체중계는 1kg을 더 얹은 숫자로 나를 절망에 빠뜨렸다.
무섭기까지 한 이 상황에 나는 검색창을 열었고 때마침 저녁모임에 참석한 남편은 후배인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결론은 입원기간 동안 맞은 수액으로 몸무게가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수액이 빠져나가 몸무게도 안정을 찾는다고 했다.
퇴원한 지 10일째인 오늘, 그토록 애타게 찾고 그리워했던 내 몸무게를 찾았다.
감량에는 비록 실패했지만 7.5kg의 증량을 맛본 나로서는 이전의 나의 몸무게를 다시 찾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다.
기대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그저 제 자리를 찾았다는 사실에 이토록 행복할 줄 몰랐다.
그리고 그 행복은 오늘 하루 나의 일상을 넘치도록 빛나게 해 주었다.
그동안의 게으름을 뒤로하고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그동안 읽지 못한 글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흐뭇하고 상쾌한 마음으로 천천히 한걸음을 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