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을 먹고 싶어 할 아이들을 위해 밑반찬 여러 개와 찌개를 끓이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주방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가끔 떠오르는 노래가 있어 흥얼대기도 하는데 그날은 정말 느닷없이 Rare Bird의 <Sympathy>라는 곡이 떠올라 깜짝 놀랐다.
거의 30년이 훌쩍 넘도록 단 한 번도 듣지 않았던, 아니 기억 속에서도 사라져 버린 이 노래가 주방에서 반찬을 만들다 생각이 나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의 매력적인 음색과 애수 어린 음률이, 어질러진 주방 속 내 귀에 잔잔히 스며든다.
부조화를 알면서도 애써 흐느적거려 보는 내 몸짓에 알 수 없는 웃음이 새어 나온다.
1969년 영국에서 발매된 Rare Bird 1집의 수록곡인 <Sympathy>는 Rare Bird의 이름을 전 세계적으로 알린 대표곡이라 할 수 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1985년 무렵 국내발매가 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하여 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내가 이 LP판을 구매했던 1986년도에도 여러 군데 발품을 팔아야만 겨우 살 수 있던 음반이었다.
나는 당시 친구들과 함께 신촌의 한 음반가게에 들렀는데 그중 한 친구가 이 귀한 음반을 내게 선물해 주었다.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친구가 아닌 그 무리 중 한 사람이었던 지금의 남편이 생각나곤 했었다. 미안하다 친구야...
<Sympathy>를 떠올리니 그 시절의 신촌거리가 생각난다.
폼 잡고 마시던 원두커피 전문점 미네르바, 백마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줄지어 서 있던 신촌역, 커피를 주문하면 빵이 함께 나와 자주 들렀던 독다방(독수리 다방), 아무리 생각해도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단골 동동주집, 좌석이 매진되어 통로 계단에 앉아 <더티댄싱>을 관람했던 크리스탈 백화점, 레지스탕스도 어렴풋이 기억이 나고....
잠시 추억에 잠기다 다시 음악과 하나가 되어본다.
추위와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고,
세상은 반으로 나뉘어 한쪽이 다른 한쪽을 증오하고,
절반의 세상이 모든 음식을 가지고 있기에 그 나머지 절반은 굶어서 죽어가고 있다고,
이 모든 것이 사랑의 결핍 때문이라고,
그렇기에 함께 아파하고 나누는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그들은 외친다.
1985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들이 모여 USA for Africa라는 슈퍼그룹을 만들었다.
마이클 잭슨, 라이오넬 리치, 스티비 원더, 폴 사이먼, 빌리조엘, 티나터너, 밥 딜런 등등.(어마어마한 분들이라 이렇게 표기하는 것이 죄송할 따름이다) 들으면 다 아는 슈퍼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가 하나가 될 때 기적은 일어날 것이라는 그들의 외침 역시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큰 울림이 되었고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난 화려하게 이목을 끌며 출발했던 슈퍼그룹의 외침보다 무명 4인방의 짙은 호소력에 마음이 요동친다. 메인보컬 steve gould의 애절한 창법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인기와 유명세를 기반으로 이뤄낸 성공보다 무명으로이뤄낸 감동이 더 위대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오늘은 아침부터 먹구름이 잔뜩 끼며 어둑어둑하더니 강풍주의보까지 발효되어 안전안내문자가 두 번이나 울렸다. 무심코 회사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며칠 전 떠올랐던 Rare Bird의 <Sympathy>를 듣기에 오늘이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