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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마음 Apr 21. 2023

3. 스트레스 상승

       

                                                                                    사진: Unsplash의 Clarissa Carbungco



커피에 관해, 커피맛의 차이에 대해 난 잘 알지 못한다.

이건 맛이 좀 괜찮네, 아 이건 별로, 이건 너무 아니다. 그저 이런 정도의 구분을 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메리카노보다는 라테를 즐겨 마신다. 시럽을 한 방울도 넣지 않은 라테를 나는 좋아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무실 커피머쉰은 라테 기능이 없다. 그래서 더더욱 라테 생각이 나곤 한다.


나는 집에 우유를 사놓고 자주 먹지 않아 유통기한을 넘겨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특별히 긴 소포장 멸균우유를 한 박스 사다 놓고 생각날 때마다 커피에 우유를 부어 나름의 라테를 만들어 마셨다. 카페의 맛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어느 날 나는 라테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출근길 종이백에 소포장 우유를 챙겼다.


내 거 한 팩만 달랑 가져가는 것도 그렇고 혹시 y님도 좋아하려나 싶어 몇 개의 팩을 가져갔다. 같이 마셔보고 괜찮다고 하면 사무실에 우유를 1박스 구입해서 같이 먹어야지 생각했다.

탕비실에서 원두커피에 우유를 붓고 있는데 y님이 들어왔다.

나는 집에서도 이렇게 우유를 넣어마셨더니 사 먹는 라테만큼은 아니지만 괜찮은 것 같더라며 냉장고에  더 있으니 y님도 한번 그렇게 마셔보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y님이 냉장고를 열어보고는 "저는 이런 우유는 맛대가리 없어서 안 먹어요."라고 한다.

순간 내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멸균우유가 일반적 우유와는 살짝 다른 맛이 나긴 한다. 그래서 싫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직장 상사한테 할 말인가? 이런 감정이 드는 건 내가 꼰대이기 때문일까?

'저는 멸균우유를 싫어해요'라든지, '오늘은 그렇고 다음에 한번 먹어볼게요'라든지,

안 먹어도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맛대가리'라니.....

맛대가리 없는 그런 우유를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한 나는 그럼 뭐란 말인가?


이건 예의의 문제다. 

커피 사건에 연이어 y님이 나를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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