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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마음 Apr 26. 2023

6. 새로운 도전

또다시 시작

                                                                                                  사진: Unsplash의 Kevin Gent



여러 군데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수면보조제를 처방받아 복용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많은 약들 중 왜 어느 것 하나도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걸까?


나는 해마다 종합검진을 받아왔었다. 그런데 21년 하반기에 받은 종합검진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녹내장 경계선, 난소암 수치 위험, 고지혈증, 당뇨 진행.....

전 년까지 멀쩡했던 몸이 갑자기, 그것도 한꺼번에 여기저기 고장이 난 것이다.

안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를 거치면서 상담과 재검사를 받았다.

모든 의사 선생님들께서 2년간 지속된 불면증이 원인일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런 거구나....

요즘은 남편 친구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를 먹고 5시간은 잔다.

잠을 잘 수 있다는 게 이렇게 큰 행복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21년 하반기 재택을 시작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거의 1년이 지날 무렵 우리는 길었던 재택생활을 마무리하고 참으로 오랜만에 출근을 했다.

반가운 마음에, 그리고 그동안의 안부도 나눌 겸, 우리는 동네의 유명한 식당가로 나와 점심 회식을 했다. 

진한 커피와 함께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밀린 얘기를 나누었고 우리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 y님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개인 사정이라 해서 더 이상 물어보지 못했지만 많이 당황스러웠다. 재택 후 거의 1년 만에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사직서라니....

우리는 이후 송별회에서의 인사를 끝으로 y님을 떠나보냈다.


그리고 한 달 뒤, 예정에 잡혀있던 대로 우리는 지금의 사무실로 이사했다.

이사 후 우리는 새로운 직원을 한 명 더 뽑았고 기존의 직원들과 더불어 하루하루 잘 생활해 나가고 있다.


새로운 환경은 나에게 있어서 명약과도 같은 큰 선물이었다.

그것은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던 과거의 기억들을 밀어내주기에 충분했으며, 어느새 행복이란 뿌리를 내려주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그사이 우리가 겪었던 일들에 관해 참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내 안에 쌓여 있던 감정들을 남편에게 모두 얘기하였고 남편은 그 모든 것을 들어주었으며,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남편은 말과 행동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보여 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소중한 시간들을 섭섭함과 미움으로 채워나갔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안타깝고 아쉽기도 했지만 그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 부부의 역사이다.


남편과 함께 시작한 사회생활.

아픔과 상처로 인해 부정적인 사고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던 나의 삶은,

바로 그 아픔과 상처 덕분에 조금은 더 넓고 무디어진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지혜를 선물로 받았다.

이제 나는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내 삶의 2막을 시작하려 한다. 

설령 펼쳐진 그곳이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라 날 힘들게 할지라도, "둥글게 둥글게"를 외치며 나아갈 것이다.

이것이 나의 새로운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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