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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마음 Jul 05. 2023

포르쉐를 모는 꼬마 운전사

 사진 : Unsplash의 Mohit Suthar


출근길 집을 나와 회사로 가기 위해 우리는 항상 고속도로를 경유한다. 집에서 고속도로 진입로까지의 거리는 꽤나 가까운 편이지만 그 짧은 구간에 초, 중, 고등학교가 무려 4개나 있다. 이 구간은 언제나 출근, 등교 시간과 맞물려 나의 총 출근시간의 2/3를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운전하는 남편이야 답답한 마음이겠지만,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이 시간이 나는 참으로 좋다.


전동 킥보드를 타고 여유 있게 등교하는 학생.

늦을세라 두 팔을 저으며  전력 질주하는 학생.

체육복에 슬리퍼를 신고, 늦어도 상관없노라 거북이걸음 걷는 학생.

치마 안에 체육복 바지를 입고 앞머리엔 커다란 구르프를 말고 가는 여학생.

앞서 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고 쏜살같이 달려가 등짝스매싱을 날리는 학생.


나의, 우리 아이들의 학창생활을 떠올리게 해주는 이 광경은, 하루종일 청년과 중년의 모습만 보고 사는 나에게 상큼 발랄한 기운을 샘솟게 해 준다.




등교 마감 시간이 다가와 학생들의 모습이 거의 사라져 갈 무렵 내 시야에 포르쉐 한대가 들어온다.


세네 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 아이다.

운전석 문에 왼팔을 떡하니 걸치고  정면과 좌우를 여유롭게 살펴가며 한 손 운전을 하고 있다.

엄마 손에 들려 있는 가방에 ***놀이방 마크가 찍혀 있는 걸 보니 등원길인 것 같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 액셀을 힘껏 밟고 속력을 내보려 지만, 아이의 마음과는 달리 자동차 속도는 이전과 다를 바 없다. 속도의 크기는 엄마 마음에 달려있는 것 같다.


마침 빨간 불이 들어와 우리 차도 멈춰 섰다.

 "요즘 저런 자동차가 다 있네. 포르쉐야. 한 팔 걸친 것 좀 봐. 너무 귀엽지?" 했더니, 남편은 이미 알고 있는 듯 "아는 선배가 이번에 손주에게 생일선물로 저런 걸 사주셨다 하더라고. 유명한 브랜드 다 있다는데?" 한다.


궁금하다. 이럴 땐 뭐지? N이버!


검색을 해보니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자동차와 똑같이 생긴 유아용 전동차가 이미 절찬리 판매 중이었다. 유행에 뒤처진 나는 이제야 알았는데.


귀엽기 그지없는 자태에 반하여  상품 상세 설명까지 읽어보  나는 빵 하고 터졌다.


자가운전 가능한 원터치 방식의 광폭타이어.

블루투스 음악 재생.

프리미엄 가죽시트.

블루투스 무선 리모컨 사용으로 부모가 자동조절가능.


고가 전동차의 경우

7인치 태블릿 PC장착, 스마트 시스템 전자제어장치.

시속 8km로 주행가능한 전자식 5단 변속기 탑재.

충전 시 10~15km 운행이 가능.


그냥 일반 자동차의 축소판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종류도 다양하다.

BMW, 벤츠, 아우디, 포르쉐, 레인지로버, 벤틀리, 람보르기니...


그런데 가격대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같은 차종인데 저렴이 고렴이가 있다.


문득 드는 생각이다.

이 앙증맞은 전동차 가격의 높고 낮음이

부모들의 자존심과 이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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