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정체성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_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中)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국내 음원 차트를 올킬하는 중이다. 원래부터 팝송 랭크 안에 들어있었지만, 순위가 쭉쭉 부상하는 건 물론이고 노래방에서도 인기 차트에 이름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이 영화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렸고, 그들의 노래가 속을 울렸다는 뜻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영화지만, 누구보다도 프레디 머큐리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좇아간다. 그가 곧 퀸이 될 스마일이라는 그룹에 합류하고, 메리와 약혼하고, 성 정체성을 고민하고, 노래하고, 유명해지고, 에이즈에 걸리고, 짐 허튼과 연인이 되고, 이내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영화 상의 흐름이기 때문에 실제 그의 삶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영화 예고편을 보기 전까지 Queen이라는 그룹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을 만큼 락에 무지한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 가지 물음에 마주했다.
- 그래서 프레디 머큐리가 게이라고, 바이라고?
영화 속에서 프레디는 메리와 약혼을 하고도 남성에게 섹슈얼한 끌림을 느낀다. 메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결국 프레디의 입에서 본인의 성정체성을 논하는 말이 나왔을 때, 메리는 즉답으로 부정해버리고 만다. 아니, 넌 게이야. 그 말은 메리에게 있어 프레디는 자신을 진심으로, 애인으로서 사랑한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너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영화에서는 그 이후로 프레디가 여성에게 끌림을 느끼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관객들은 어쩌면 자연스럽게 프레디가 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정말 메리를 사랑하지 않았을까?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Love of my life, 라는 이름을 붙였던 걸까? 그가 짐 허튼에게 느꼈던 감정이, 메리 오스턴에게 느꼈던 감정과는 다른 것일까? 우리는 알 수 없다.
메리는 어쩌면, 그가 나에게 정착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덜 상처받기 위해 프레디의 정체성을 부정했을지도 모른다.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마음이 변한 게 아니고, 그저 처음부터 나를 사랑할 수 없게 태어난 것이라고. 그래서 이건 물론 자신의 잘못도 아니며, 프레디의 잘못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것 역시 우리는 알 수 없으며 두 사람이 훗날 둘 사이의 관계를 어떤 것으로 기억했을지는 그 둘 말고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정체성'이라는 것은 본인만이 정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메리를 향한 마음이 로맨틱한 사랑이었는지 그저 인간적인 사랑이었는지 결론 내리는 건 프레디의 몫이다. 내가 나를 판섹슈얼이라고 정체화하는 게 오롯이 나의 몫이듯이. 그건 인간이기에 우리가 갖고있는 우리의 권한이다. 그 누구도 타인의 정체화에 관여할 수 없다. 그건 그 사람의 몫이니까.
사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게이인지 바이인지 그런 게 아니다. 우리가 중요시 하는 건 그저 저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아닌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훗날 그 말이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우리는 그저 사랑하면서 상처받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 프레디 머큐리가 게이였든, 바이였든 그게 무슨 상관이람. 그는 무척 멋진 가수였다.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