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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루 Dec 16. 2018

고양이에게 '손!'하고 말하면

고양이 훈련시키기

  "솜솜, 손!"


뭐라는고야 이 인간 놈아!

  며칠 전부터 내가 솜솜이를 붙들고 계속 반복했던 말이다. 부모님은 그런 나를 보고 코웃음을 쳤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솜솜이에게 손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했다. 결과는? 밑에서 확인해보자.


  강아지들은 곧잘 인간의 구호에 따라 움직인다. 물론 개를 훈련시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손, 앉아, 기다려, 엎드려와 같은 말에 척척 움직이는 개의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런데 왜 고양이는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을까?


  답은 고양이라서 그렇다. 고양이들은 인간이 말하는 것에 따라 행동하는 일을 그다지 가치있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들은 주인에게 칭찬받는 걸 좋아하지만 고양이는 본인들이 인간 따위에게 칭찬받을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 니가 나를 칭찬하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라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본래 고양이 훈련은 강아지에게 하듯이 특정 행동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인간을 물거나 할퀴지 않게 하는 것, 집 안의 물건을 망가뜨리지 않는 것, 전선처럼 위험한 것을 건드리지 않게끔 하는 것. 그 외에 굳이 덧붙이자면 이름을 인식시키는 것 정도다. 화재 혹은 자연재해와 같은 위험한 순간에 반려묘를 챙기기 위해서 고양이에게 이름을 인식시켜 두는 것은 꽤 중요하다.


  약간 벗어나는 이야기지만 솜솜이는 자기 이름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솜솜! 하고 부르면 우선 고개를 휙 돌려 나를 쳐다보고,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가도 이름을 부르면 사뿐사뿐 걸어온다. (물론 귀찮을 때는 귀만 한 번 쫑긋거리고 만다. 그걸로도 충분하지만.)

이름 부르면 걸어오는 솜솜

따로 교육시킨 적이 없는데 하도 부르다보니 알게 된 것 같다. 이름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밥이나 간식을 줄 때 이름을 부르는 방법,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하면 간식을 주는 방법 등이 있다.


  다시 돌아와서, 솜솜이가 이렇게 똑똑하다보니 나는 곧 충동에 붙들렸다. 이 똑똑하고 귀여운 고양이가 내가 손, 했을 때 손을 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날부터 솜솜이 훈련시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가장 기본적인 손부터 시작했다.


  우선은 간식이 필요하다. 모든 반려동물의 모든 훈련에는 간식이 필요하다. 특히 고양이는, 아시다시피 집사가 기뻐하거나 칭찬해주거나 쓰다듬어주는 게 그다지 효과적인 보상이 아니기 때문에 간식이 필수적이다.


  우리 집 솜솜이는 간식 봉지를 건드리면 귀신같이 달려온다. 당장 내놓으라고 고롱고롱 거리는 녀석을 상대로 간식 하나를 손에 들고 반대쪽 손을 내밀며 "솜솜, 손!"하고 말했다. 당연하게도 녀석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간식이나 내놓으라는 듯 고개부터 들이밀었다. 내가 내민 손은 안중에도 없고 간식을 향해 돌진 본능을 발휘했다. 우선은 내가 빈 손으로 솜솜이의 앞발을 덥석 잡은 후에 간식을 줬다. 이때 밝은 표정과 칭찬의 말을 정해두는 게 좋다. 나는 "옳지!"를 사용했다.


  그 뒤로 매번 간식을 줄 때면 똑같은 일을 반복했고, 솜솜이가 간식을 향해 발을 허우적거리다가 우연히라도 내가 내민 손에 솜솜이의 앞발이 닿으면 간식을 줬다. 주의할 점은 간식을 줄 때 고양이를 쓰다듬거나 안아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있어서 그게 매력적인 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입에 간식을 쏙 넣어주면서 말로만 "옳지~"하고 말해주어야 한다. (꼭 옳지는 아니어도 된다.) 엄마와 아빠는 순 어거지라고 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사나흘 정도 반복했다.

솜솜, 손!

  쨔쟌. 결과가 이거다. 이 영상을 얼마나 많은 곳에 퍼다 날랐는지 모른다. 고양이들은 생각보다 똑똑하다. 놀랄 정도로 똑똑하면서 동시에 망충한 게 고양이의 매력이기도 하다. 영상처럼 솜솜이는 이제 손을 정말 정확히 하는데, 내 손에 간식이 없으면 절대 해주지 않는다. 똑똑한 자식. 치사하긴. 대신 간식을 다 주고 나서 이제 없어, 하며 두 손을 쫙 펴서 보여주면 내 손을 계속 두드린다. 간식을 먹으려면 손을 해야 한다, 가 아니라 자기가 손을 주면 집사는 간식을 준다고 기억하고 있는 듯 하다.


  요즘은 "우리 솜솜 행복하면 야옹해!"라고 노래를 불러주면 먀악, 하고 대답하는 것과 '앉아'를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마 이제 간식을 먹고 싶으면 나한테 와서 먀아악 먀아악 거리고 앉아서 빤히 쳐다보게 되겠지만- 내가 훈련당한 게 아니라 솜솜이를 훈련시킨 거라고 열심히 스스로를세뇌하고 있다.


  어쩌겠는가, 고양이가 너무 똑똑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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