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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루 Mar 18. 2019

강간문화, 당신도 알아야 할 때

교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2019년 3월 17일 오전, 대구교대 대나무숲에는 교대 남학생들의 강간문화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여학우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적인 발언들을 하고 얼굴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X파일을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특정 학과, 특정 학생만의 일이 아니라는 제보글에 달린 댓글 중에는 아래 사진과 비슷한 것들이 많았다.

출처 : 대구교대 대나무숲

  성희롱일지언정 강간은 아니었는데 대체 왜 '강간문화'라는 워딩을 사용하느냐는 것이 그 골자다. 우리는 이러한 사례를 처음 보는 것이 아니다. '시선강간'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었다. 결국 전통이라고 이름 붙여질만큼 오랜 세월 반복되어온 범죄행위 앞에서조차 그 행위 자체가 아닌 '단어'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이다.


  강간 문화(Rape Culture)라는 용어는 제2세대 페미니즘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로 '강간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으며, 강간은 만연하게 퍼져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는 이번 교대 남학생들의 성희롱에 대해 '남자애들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버닝썬 사태에 대해 자신의 이름 석자를 걸고도 '그가 유죄라면 대한민국 남자들은 다 유죄다'라고 발언할 수 있는 이 문화를 말하는 것이다. 그 발언들로 인해 강간은 정당화된다.


  강간이라는 단어가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과격한 일이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또한, 얼마나 많은 강간 피해자들에게 꽃뱀 프레임을 씌우고, 범죄의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강간, 다시말해 성폭행을 '성'의 영역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며, 인간은 이성에 따라 행동할 줄 아는 생물이다. 성폭행은 성이 아닌 '폭행'의 범주에 들어가야 한다. 강간이 벌어질 때 그것의 필수 조건은 성욕이 아니라 '내가 저 사람을 찍어누를 수 있다'는 수직적인 권력감이다.


  서울교대의 한 학과에서 역시 후배들이 새로 입학한 여학생들의 정보와 사진을 PPT로 만들어 상납해왔다는 사실이 제보되었다. 교대는 어느 과이든 명실상부한 여초학과다. 수적으로 절반을 훨씬 넘긴 다수였을 여학우들을 대상으로도, 이렇게 공공연히 오래토록 성적대상화가 일어났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 답이 바로 '젠더권력'이다. 여성을 그렇게 대해도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상대방을 동등한 사람이 아니라 일종의 물건처럼 생각했으니까.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될 교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탄식하고 있지만, 사실 중요한 건 교대가 아니다. 공학 대학 중에서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없었던 학교를 찾아보기 힘들고, 그 어떤 성범죄 기사를 가도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댓글이 보인다. 강간문화는 어디에나 있다. 여성을 희롱하고,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고, 그것을 유머로 즐기는 것, 다시말해 그놈의 '남자들의 대화' 말이다.


  중요한 건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성기에 억지로 삽입되었는가 아닌가가 아니라, 여성을 권력구조의 아래에 있는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는 현실이며 이 문화다. 여성들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이러한 구조적 차별에 목소리를 높이고, 소리내어 외칠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당신도 강간문화에 대해 알아야만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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