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상담일지 3

상담 3일 차

by 돌멩이

오늘의 상담의 시작은 설날을 잘 보내셨냐는 안부 인사로 시작했다.

이 안부를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관계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중, 한 사람과의 관계를 얘기하다 오늘의 요점을 찾게 되었다.


이 사람은 내 가치관 내에서는 그저 적당히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다.

나름 가족의 바운더리 안에 있으므로 1년에 몇 번 보고 인사하고 명절 때 보는 그 정도의 사이를 원했다.

하지만, 나 외의 모두가 내가 이 사람과 친하게.. 아니 일 년에 1번 있는 연락도 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이다.


상담선생님은 어떤 연락을 하냐고 물어보셨고 나는 그 사람 생일에 카톡이나 선물정도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에 비해 그 사람은 진로나 연애 문제를 갑자기 전화해 물어보는 일들도 있긴 했다고 하자.

선생님이 그래도 --씨를 상담할 만큼 믿음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봐요.라고 하셨다.


그러자 곧바로 몸이 굳어왔다.

선생님은 내가 반응이 없자 그런 그 사람의 --씨에 대한 생각 떠올려봤을 때 어떠시냐는 질문에는 더더욱 할 말이 없었다.


첫 생각은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 든 생각은 '부담스럽다.'였다.


'그저 뭘 바라는 것이 아닌데 어째서 부담스러워하시냐'는 질문에는.

오랜 고심 끝에 나도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에 선생님은 당황과 경악 그 사이의 표정을 잠깐 지으셨던 것 같다.

나는 그에 이어 이 상황과 거리, 관계가 최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서 밝히지는 못 하지만 그 사람과 나의 복잡한 관계를 아시는 선생님은 최선일 수 있다는 생각을 존중해 주셨다.

하지만, 상대방. 아니 최소한 나 자신에 대한 마음이나 기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내 행동, 기분이 그래야만 한다고 대답하는 나에게 정말 놀라신 것 같았다.

새삼스럽게 말하자면 난 집단 내에 있으면서... 서로의 복잡한 감정과 관계를 고려하며 각자에게 적정한 거리와 어투로 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누가 날 더 따듯하게 대해준다면 나도 그 사람을 따듯하게 대하고,

누가 날 대차게 까내린다면 그럴 이유가 있겠거니 그리고 나도 관계 유지를 안 하면 되니깐 적당히 방치하는 정도로 해결했던 것 같다.

그 관계에는 가족도 포함되어 있다.


그 과정에 내 기분은 없다.

그저 살짝.. 힘겨울 뿐이다.

모든 사람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고 상황을 살피며 적재적소에 대처하는 것.. 그리고 명절이 지나면 고향을 떠나 나만의 공간으로 대피하는 것.

딱 일주일 정도만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


난 여전히 가끔 골머리를 앓아도 명절에 고향에 안 내려갈 마음은 없다.

그 구성원 하나하나를 좋아하니깐.


선생님은 끝내 담담히 '사람은 좋아하시는데.

사람과의 밀접한 관계는 힘들어하시는군요.'라고 하셨다.


정확하다.

난 나 자신이 만든. 아니. 타고난 모순 속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언제 줄이 뚝 끊겨 모든 것을 놓아버릴지 모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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